스타트업 폐업이 증가하고 고용이 위축되면서 창업 생태계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초기 창업 기업이 투자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대신 60대 이상의 생계형 창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더해 내수 위축 때문에 스타트업의 큰 축을 차지하는 e커머스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만큼 규제와 기득권의 벽에 막혀 있는 공유 관련 사업이나 원격의료·리걸테크 등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벤처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974건으로 지난해의 1289건에 비해 24.4%나 줄었다. 특히 창업 후 처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드(seed·씨앗) 투자’ 건수는 같은 기간 561건에서 406건으로 27.6% 급감했다.
투자 위축 속 스타트업에는 외형 성장보다 비용 감축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이에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스타트업 입사자 수는 총 6만 3758명으로 전년 동기(6만 6577명) 대비 4.2%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업종인 음식·외식 업종 관련 스타트업 입사자 수는 9732명에서 8994명으로 7.6% 감소했다. 심지어 패션 업종의 경우 올해 누적 퇴사자가 3165명으로 입사자(2745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스타트업 업계의 큰 축을 떠맡던 e커머스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8월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19조 558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7년 1월 이후 거래액 증가율이 1%대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과거에는 비대면 소비가 오프라인 소비를 대체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이제는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그동안의 성장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업체가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e커머스 규제 강화가 추진되면서 스타트업의 고용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e커머스 사업자가 20일 이내 판매 대금을 셀러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을 18일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 적용 대상 사업자는 국내 중개 거래 수익(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 규모(판매 금액)가 1000억 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 거래 사업자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중소 플랫폼까지 규제 적용을 받게 돼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기업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창업 문턱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의 도전보다는 60대 이상의 생계형 창업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상반기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창업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62만 2760개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30세 미만 창업이 같은 기간 8.8%나 줄어들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30대와 40대의 창업 또한 6.3%씩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이 유일하게 4.0% 증가했다.
이처럼 활력을 잃고 있는 스타트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이 정부의 대표적인 혁신 과제로 꼽힌다. 해당 법안에는 그간 새로운 서비스 사업이 출시될 때마다 기존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와 빚어온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를 설치·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유 관련 사업이나 원격의료·리걸테크 등 산업이 갈등 조정을 통한 시장 조성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한국에서 타다 사태 이후 막혀 있는 개인 승차 공유 서비스만 허용되도 수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면서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령화 추세를 고려해 시니어 창업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지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고학력자인 시니어층이 적극적으로 기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