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5000개가 넘는 시료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니 한 달 만에 새로운 광상(鑛床)이 있을 만한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리튬·희토류와 같은 핵심 광물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는 것을 보는 게 꿈입니다.”
이평구(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튬 광상에 이어 희토류 광상도 찾았다”며 “핵심 광물 생산이 지속될 경우 비축 기지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5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입사한 뒤 40년 동안 천연자원이 집적된 광상을 찾아다니며 2만 5300여 개의 시료를 직접 채취한 이 원장은 데이터마이닝 방식으로 시료를 분석해 새로운 광상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지금은 딥러닝 방법까지 AI 기술 수준이 발전했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해당 논문을 심사할 사람조차 구하기 어려웠다”며 “2만 5300여 개 시료에 AI를 활용해 보니 한 달 만에 새로운 광상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곳을 추가로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이 취임한 2022년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면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핵심 광물 자원 분야에서도 ‘탈중국’을 꾀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올 7월 지난 4년간 12개 국내 리튬 유망 광상을 조사한 결과 충북 단양과 경북 울진에 묻혀 있을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리튬은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다. 이 원장은 “AI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땅속 보물 지도인 지질도와 축적된 데이터를 맞추는 플랫폼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자체 개발한 AI 기반 핵심 광물 탐사 기법으로 희토류 광체 탐사를 진행해 현재 중부 지역에 매장돼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매장 가능성은 희소식이지만 문제는 경제성이다. 최저 품위 기준이나 금강송 군락지 등 주변 환경 이슈로 시추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곧바로 광산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원장은 “광부들이 채굴을 위해 광산에 들어가는 식의 개발이 아니라 공급망 위기 시 필요 물량을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비축 광산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0년 동안 자원 빈국이라는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며 “자원 비축 기지로서의 한반도의 지질도 완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시선은 한반도에만 머물러 있지않았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카자흐스탄·몽골·우즈베키스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핵심 광물 전략 국가와 협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이들 국가에서 자원만 빼가고 기술이전을 하지 않았다”면서 “광산 개발 기술 이전을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핵심 광물 생산국의 지위를 2030년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탐해 3호’ 취항 이후 바다 자원의 본격적인 탐사와 함께 달과 우주까지 뻗어나가 탐사·추출 원천 기술 확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