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전략 미사일 기지를 공개 시찰하며 무력 시위에 나섰다. 23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략 미사일 기지를 돌아보며 “전쟁 억제력의 중추를 이루는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전략 미사일 기지 내부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겨냥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상기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북한의 파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23일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이르면 23일 우크라이나에 점령 당한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북한군 병력 일부가 처음으로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실전 운용 능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전선의 사진 속 군인이 화성-18형 등의 실험·운용을 담당하는 북한 미사일총국의 핵심 미사일 기술자임을 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을 완성해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작동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 대선 후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북한이 ICBM 완성을 내세워 북핵 묵인과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서유럽 국가들과의 가치연대 강화로 북러 밀착을 저지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대북 제재 감시 및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러시아에는 10대 무역 강국인 한국과 최빈국인 북한 중 누구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동시에 북러 군사 협력의 강도에 상응하는 단계적 조치 이행을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야당도 안보 문제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