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치매에도 효과…비만약 위고비, 만능치료제 되나

주성분 GLP-1 적응증 확장 기대

치매학회서 인지저하 개선 입증

美FDA, 뇌졸중 예방 목적 승인

심혈관질환 등 약물 확장성 기대

구토·당뇨망막증 부작용은 우려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위고비의 주성분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이 ‘살 빼는 약’을 넘어 심혈관질환·치매·수면 무호흡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만능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시장은 향후 5년 뒤 16개 약물이 출시돼 시장 규모가 2031년 2000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700억 달러는 위고비 같은 GLP-1 계열의 약물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GLP-1에 작용하는 약물인 세마글루티드와 리라글루티드는 현재 당뇨 및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세마글루티드는 당뇨 치료제 오젬픽,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의 주성분이고 리라글루티드는 비만치료제 삭센다의 주성분이다. 이들 약물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을 흉내내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GLP-1 자체는 1980년대 초 발견됐다. GLP-1 유사체가 인체 내 호르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 환자를 위한 혈당 조절제로 주목 받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약 임상시험 중 우연히 시험대상자 체중이 감량되는 효과를 발견했다. 이후 당뇨병 치료제로 출시된 오젬픽은 2021년 미국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처음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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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약에서 출발한 위고비가 현재 비만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처럼 학계에서는 GLP-1의 적응증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만이 아닌 다른 질병에 대한 허가 당국의 승인도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심혈관 질환이 있는 비만 성인의 심혈관계 질환 사망·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예방 목적으로 위고비를 승인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만 환자의 심혈관계 위험을 줄이는 데 위고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적응증이 추가됐다. 지난해 위고비가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위약보다 20% 낮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심혈관계 외에도 다양한 질환에서 유의미한 임상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학술대회(AAIC)에서는 GLP-1 약물이 치매 지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보호하고 기억·학습·언어 및 의사 결정에 필수적인 뇌 부위의 수축을 늦춤으로써 위약에 비해 치료 1년 후 인지 저하를 최대 18%까지 늦출 수 있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치료제 ‘젭바운드’가 비만 성인의 수면 무호흡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코를 심하게 골면서 이따금 호흡이 끊기는 수면 장애의 일종이다. 양압기 사용과 약물 투여를 병용한 집단에서 불규칙한 호흡 빈도가 62.8% 감소했다.

담배를 끊는 데 도움된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국 국립 약물 남용 연구소(NIDA)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뇨약 오젬픽을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는 다른 당뇨병 약을 복용하는 환자보다 담배와 관련된 의료 서비스를 받는 횟수가 적고 금연을 위한 개입도 더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독연구학회(SSA)가 발간하는 학술지 ‘중독(Addic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오젬픽은 약물·알코올 중독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또 GLP-1을 처방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마약성 약물인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률이 40% 낮았다. 알코올 중독 환자 역시 GLP-1을 처방받지 않은 환자보다 중독률이 50% 낮게 나왔다. 위고비가 GLP-1 약물이 식욕뿐 아니라 니코틴·알코올 등에 대한 욕구까지 줄인다는 얘기다.

다만 학계에서는 아직 GLP-1의 효과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구토·설사 뿐만 아니라 당뇨망막증처럼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부작용에 관한 연구도 다수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고비 출시로 비만이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며 “비만을 질병으로 이해하고 체계적인 의료 개입을 통해 건강을 개선하려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GLP-1 작용제의 확장성이 주목 받으면서 동시에 오남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며 “의사의 면밀한 상담과 환자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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