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인프라 등 공공 부문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추가 차입을 할 수 있도록 재정 준칙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리브스 장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글을 기고해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변경된) 재정 준칙을 통해 지난 정부에서 계획됐던 공공 부문 투자 감소를 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영국의 주요 매체는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오는 30일 첫 재정계획 및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재정 준칙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을 해왔다. 노동당 정부는 공공 부문 및 인프라 약화로 투자가 절실하지만 높은 조세 부담과 공공부채로 증세와 차입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다. 실제 전임 보수당의 계획을 보면 공공 부문 순투자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4%에서 2028~2029회계연도까지 1.7%로 감소할 예정이었다.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연간 240억 파운드(약 43조원) 규모의 삭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구체적인 변경 내용을 밝혀지지 않았지만,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리브스 장관이 현재 ‘공공부문 순부채(PSND)’로 정의하고 있는 부채 지표 대신 ‘공공부문 순금융부채(PSNFL)’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관측했다. 학자금 대출이나 일반기업 주식 등 비유동금융자산까지 차감한 후 공공부채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기존 지표보다 부채 규모가 작아지고 차입 여력이 늘어난다. 재무부는 이 변경으로 연간 500억 파운드(연 36조 원)를 추가 차입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이 변경을 통해 리브스 장관과 스타머 총리가 얼마나 많은 추가 차입을 도입할 지 주시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공공 투자를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설 가능성이 관측되면서 영국의 10년 만기 장기국채 금리는 9월 중순 3.75%에서 4.23% 선까지 늘어났다. 다만 리브스 장관은 기고를 통해 이번 재정 준칙 변경의 목적이 “우리 경제의 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어 “국부펀드와 같은 전문기관을 통해 기업과 함께 투자해 공공 자금 효과를 배가할 것”이라며 “단순히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 방식도 달리하여 현명하게 투자할 것이며 과거의 값비싼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면서도 “부채를 하향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며 2029년까지 운영되는 이번 의회 기간 동안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당 정부의 재정 준칙 변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앤드류 그리피스 전 보수당 재무부 장관은 “경마장에서 점프로 돌진하는 폭주마처럼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