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의 비공식 채무 불이행 규모가 올 들어 9월까지 사상 최대인 1110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부채의 뇌관으로 불리는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LGFV)과 연계된 ‘비표준 투자 상품’의 채무 불이행 경고 건수도 같은 기간 60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이 같은 불안을 잠재우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 속에 지원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중국 지방정부의 비공식 채무 불이행 규모가 9월 말 현재 사상 최고치인 8000억 달러(약 1110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의 경우 지방정부의 채권 상환을 위해 중앙정부가 약 2조 2000억 위안(약 428조 원)의 신규 채권 발행을 허가하고 국영은행을 통해 재융자 지원을 명령해 투자자 피해가 적었지만 올해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정부의 보증을 믿고 있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짚었다.
중국 데이터 제공 업체 FCI&T의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LGFV와 관련된 비표준 상품(상장되지 않은 채권 투자 상품) 60건이 채무 불이행 또는 상환 위험 경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한 수치로 2019년 이후 최대치다. 해당 60건 중 40건은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나머지 20개 상품의 부채 규모는 총 45억 5000만 위안에 달했다. LGFV가 발행한 상장채권은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만큼 지방정부에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했다. 하지만 비표준 상품은 일반적으로 사모 형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2027년까지 최대 6조 위안의 채권을 발행해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소식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경우 LGFV가 비표준 상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들도 구제를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지만 아직까지는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내달 4~8일 개최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발표될 특별국채 발행 규모를 포함한 재정 정책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내놓는 일련의 경기 부양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중국 중앙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물가 압력을 완화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며 중국의 조치가 디플레이션 위험을 해소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부동산 시장 안정에 투자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약 6조 3000억 위안(약 8850억 달러)으로 추정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지금까지의 경기 부양책이 과잉 생산능력과 약한 국내 수요라는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