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급경사 그린서 나흘간 보기 3개뿐…갑상샘 질환 딛고 '화려한 부활'

◆17대 서경퀸 지한솔

올봄에 갑상샘항진증 진단 받아

시즌 접을 위기서 꿋꿋하게 버텨

상금랭킹 14계단 뛰어 19위 안착

'엄마골퍼' 박주영, 이율린과 2위

5위 윤이나, 3관왕에 한걸음 더

지한솔이 2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뒤 환호하고 있다. 용인=성형주 기자지한솔이 2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뒤 환호하고 있다. 용인=성형주 기자




2라운드에 4홀 연속과 3홀 연속 버디로 7타나 줄인 지한솔(28·동부건설)은 다음 날 3라운드에서는 완전히 다른 경기를 했다. 막판까지 1타밖에 줄이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다 겨우 버디 하나를 추가한 채 끝냈다. 전날의 예리했던 샷 감각은 온데간데없었다. 더욱이 경험 많은 박주영이 베테랑다운 위기관리 능력으로 6타나 줄인 뒤였다. 분위기와 샷감만 보면 2타 차로 따라붙은 박주영의 마지막 날 역전 우승 쪽을 예상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지한솔은 힘겨웠던 3라운드 경기 뒤 “우승은 내 것이라고 느낀다”고 힘줘 말했다. 자기암시와도 같은 말이었다. 이어 “다른 때는 우승에 가까이 가도 ‘지금은 아닌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순탄치 않은 올 시즌이지만 마지막에 웃으면서 끝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맞은 27일 최종 4라운드. 지한솔은 첫 홀 버디로 일찍 달리기 시작하더니 2타 차 우승을 움켜쥐었다. 그는 이날 경기도 용인시 기흥의 88CC 서코스(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10억 원)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올랐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해 전반에 떨군 버디 2개로 2타를 줄였다. 2년 2개월 만의 통산 4승째로 우승 상금은 1억 8000만 원. 지한솔은 상금 랭킹 33위에서 19위(약 4억 9470만 원)로 올라가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박주영과 이율린이 12언더파 공동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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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홀(파4) 그린 프린지에서 퍼터로 5.5m 버디를 잡으며 2위 박주영과 거리를 3타 차로 벌린 지한솔은 8번 홀(파5) 버디로 2위에 4타나 앞섰다. 230야드를 날아간 두 번째 샷이 핀 8m에 멈춰 섰고 두 번의 퍼트로 가볍게 1타를 더 줄였다. 주춤하던 박주영이 후반 초반 버디 3개로 무섭게 회복했지만 지한솔은 14번 홀(파4)의 까다로운 파 퍼트를 놓치지 않아 2타 차로 선두를 지키면서 ‘내 것’이라고 찜했던 우승을 사실상 예약했다.

대구에서 학교를 나온 지한솔은 2015년 ‘특급 신인’ 소리를 들으며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그해 좋은 신인이 많았다. 박지영이 신인상을 탔고 박결도 데뷔가 이때다. 프로 골퍼인 오빠(지수진)를 따라 골프를 시작한 지한솔은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이름을 날렸다.

정규 투어 첫 우승까지는 기다림이 길었다. 2017년 11월에 첫 우승을 했고 2승까지는 또 3년 반의 기다림이 있었다. 우승을 하고 나면 꼭 긴 슬럼프가 이어졌다. “클럽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2022년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마지막 4연속 버디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하고는 “(3승 전까지) 공만 살아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했었다”고 고백했다.

올해도 그의 말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올봄 갑상샘항진증 진단을 받고 시즌을 접을 위기까지 갔다. 거리가 안 나가 제 골프를 전혀 하지 못했다. 드라이버 샷이 200야드도 안 나갈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재기 의지를 불태우며 빠르게 기량을 회복했고 지난달 2주 연속 공동 2위로 정상 궤도에 오른 뒤 마침내 ‘서경 퀸’ 타이틀까지 따냈다. 데뷔 동기 박결이 2018년 우승한 바로 그 대회에서 또 한 번의 슬럼프 완벽 탈출을 선언한 것이다. 이날 지한솔의 드라이버 샷은 내리막 홀에서 319야드까지 나갔다.

최악의 몸 상태에도 포기하지 않은 지한솔은 마지막 날 57%(8/14)에 그친 페어웨이 안착률에도 끝내 보기를 하지 않고 마무리했다. 갑상샘 질환 여파로 숨을 몰아쉬면서도 10홀 연속 파를 지키며 마라토너처럼 멋지게 결승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첫 승을 데뷔 후 2년 7개월 만에 신고했고 2승은 1승 뒤 3년 6개월, 3승은 1년 3개월, 4승은 2년 2개월 만에 하는 사이 지한솔은 어느새 데뷔 10년 차가 됐다. 88CC 서코스는 오르막 퍼트를 남기지 못하면 절망일 만큼 그린이 까다로운 곳이다. 다른 선수들이 오르막을 남기는 데만 안간힘을 쓰는 사이 지한솔은 ‘내리막을 남기더라도 실망 않기’ ‘넣는다는 생각은 버리고 붙이는 데만 집중하기’라는 전략으로 접근해 나흘간 보기를 단 3개로 막았다.

1년 만의 2승째를 바랐던 ‘엄마 골퍼’ 박주영은 2타가 모자라 준우승했고 2년 차 이율린은 5타를 줄여 2위 그룹에 합류했다. 상금과 대상(MVP) 포인트, 평균 타수 1위를 달리는 윤이나는 황유민·이예원·정윤지 등과 10언더파 공동 5위에 올라 3관왕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디펜딩 챔피언 박현경은 3언더파 공동 20위로 마감했다.


용인=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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