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저출생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미래 한국사회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27일 세종대학교 대양 AI센터에 청년과 청소년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생의 원인 진단과 해법 모색을 위해 구성한 ‘청소년 위(WE)원회’와 ‘청년 위(WE)원회’의 첫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저출생의 원인을 묻는 실시간 설문을 진행하자 ‘돈’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큼지막히 나타났다. 부모에게 자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행복’과 ‘부담’이라는 글자가 동시에 띄워졌다.
‘청년WE원회’와 ‘청소년WE원회’는 중·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자영업·창업·프리랜서, 다문화가족 자녀와 이주 여성까지 저출생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 다양한 미래세대로 구성됐다. 이들은 올해 6월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출범한 국민WE원회의 미래세대 특화 위원회로 정책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대한민국 저출생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주거를 주제로 토의에 참가한 박수빈(25)씨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 정책이 좀 더 다양해져서 집값 부담이 덜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토의에 참여한 또 다른 20대 청년도 “청년들이 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게 더 쉬워지면 저출생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중소·중견기업의 출산과 육아 휴직 등 기업 복지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자리를 주제로 토의에 참여한 김경열(28)씨는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복지가 잘 돼 있어서라고 생각하는데 중소·중견 기업은 복지가 부족하다”며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해 노동자들이 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날 최연소 청소년WE원으로 참석해 위촉장을 받은 서일중학교 3학년 나예원(15) 양은 “저출생의 원인으로 주거, 일자리, 사교육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들이 저출생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토론에 앞서 발제를 진행한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러분 대부분이 이상적인 자녀의 수가 2명이라고 답했지만 합계출산율은 0.7명대에 불과하다”며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서용석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한국사회의 가장 기저에 흐르는 심층 서사인 내러티브가 바뀌어야 한다”며 “아이를 생산 인구와 경제적 가치 등 비용 중심으로 생각하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의 정책 제안을 들은 뒤 “부동산 가격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신혼·출산·다자녀 가구를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정부가 추가로 집을 매년 15만 호 이상 공급하도록 할 것”이라며 “아이를 낳은 숫자에 따라 금리 혜택을 주는 신생아 특례 대출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주 부위원장은 채용 확대의 중요성에도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채 기회를 늘려 줬으면 좋겠다는 것을 경제 단체와 기업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며 “동시에 입직 연령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