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국내 기업들의 장기지속형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기술은 한 번 약을 투입하면 오랜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기술이다. 국내 기업들은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에 적합한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등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장기지속형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들과 협업을 잇따라 성사시키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오는 28일 장기지속형 기술 관련 학회인 보스턴 컨퍼런스(PODD)에 참석해 펩타이드 50% 주입 기술력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는 “1세대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해 미립구에 약물을 주입하는 봉입률을 10%로 올렸고 2세대에서 터제파타이드 성분을 20%까지 넣었다” 며 “3세대에서는 펩타이드 성분의 비만치료제 약물을 50%까지 넣었다”고 설명했다. 지투지바이오는 미립구 탑재 약물 함량과 생체이용률 문제를 개선한 ‘이노램프’ 플랫폼을 통해 이를 실현했다. 봉입률이 높으면 미립구에 약물을 다량 넣으면서도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
인벤티지랩(389470)은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신약에 대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공동개발키로 했다. 인벤티지랩의 ‘IVL-드러그 플루이딕(DrugFluidic)’ 기술은 고품질의 고분자 미립구를 활용해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지속 효과를 달성하는 제형화 플랫폼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내부평가 절차를 거쳐 임상개발에 대한 공동 대응, 임상용 샘플 제조 및 상업화를 위한 글로벌 공급 계약을 진행할 방침이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베링거인겔하임의 최종 상업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펩트론(087010)도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을 일라이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에 적용하는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내용의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의 펩타이드 제제는 몸에 흡수되기 전에 빠르게 분해돼 약효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스마트데포는 몸에서 분해되는 미립구에 약물을 담아 긴 기간 동안 서서히 내보내는 기술이다. 일라이릴리는 차세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로 손꼽히는 레타트루타이드 같은 펩타이드 약물을 스마트데포에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마운자로는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폴리펩타이드(GIP)·GLP-1 이중효능제다. 다케다가 개발한 미립구, 암젠의 항체접합방식, 노보 노디스크의 알부민 결합 방식 등 장기지속형 기술 중 미립구 방식이 GLP-1 효능을 가장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펩타이드는 체내에 들어가면 금방 녹아 약효가 짧지만 미립구로 만들어 주입하면 약물을 서서히 방출시킬 수 있다. 이 대표는 “다케다는 전립선암 치료제쪽으로만 미립구를 개발해왔고 미국의 알커미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많이 받았지만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미립구 기술을 개발해 고도화시킨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