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발레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발레리노 김기민을 보고 자랍니다. 저 역시 기민이를 존경하고, 그래서 함께 춤출 수 있다는 사실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최고는 최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리 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35)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박세은·김기민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라 바야데르'는 버전이 다양한 작품인데, 김기민은 모든 버전의 ‘라 바야데르’를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무대에서 (나에게도) 엄청난 시너지가 생길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15년 만에 무대 서는 ‘최고와 최고’…35분 만에 티켓 전석 매진
세계 최고의 무용수 박세은과 김기민(32)이 15년 만에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로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사원을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와 젊고 용맹한 전사 ‘솔로르’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발레다. 120여 명에 이르는 무용수가 출연해 ‘발레의 블록버스터’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박세은은 ‘니키아’, 김기민은 ‘솔로르’ 역을 맡았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김기민과 박세은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남녀 발레 무용수로 꼽힌다.
두 사람은 2009년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로 열연했다. 당시 박세은은 국립발레단 단원, 김기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이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발레리노가 됐다. 박세은은 파리 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수석무용수)이다. 해당 발레단 수석 무용수 중 동양인은 박세은 한 명 뿐이다. 김기민도 만만치 않다. 그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 수석 무용수다. 30일 개막할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공연 티켓이 판매를 시작한 지 35분 만에 전석 매진된 이유다.
박세은이 김기민을 ‘존경’한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김기민은 박세은을 보고 무용을 배웠다. 무용수인 김기민의 형 김기완은 박세은과 예원학교 동기다. 김기민은 이날 자리에서 “누나(박세은)가 예원학교에서 발레를 배우던 시절 누나를 따라다니며 춤을 췄다”며 “자존심 강한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이렇게 한국인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누나 덕분”이라고 극찬했다.
수십 번 연기한 ‘솔로르’·프랑스 스타일 ‘니키아'…"환상의 시너지 기대"
김기민은 중국 투어를 마치고 27일 입국했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연습 기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사실 김기민에게 ‘라 바야데르’는 매일 하는 연습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수십 회 이상 공연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까지 진행한 중국 투어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 ‘해적’과 함께 ‘라 바야데르’를 공연했다. 김기민은 “통화를 하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며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무용수의 연습은 연습실 밖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세은은 “(김기민에 비해)전 막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훌륭한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았다”며 “14년간 프랑스에서 춤을 췄기 때문에 조금 더 프랑스 느낌이 나는 방향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떤 예술가로 바라볼까. 박세은은 “(김기민은) 고심해서 춤을 추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확인에 차 있다”며 “그 확신은 언제나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김기민은 박세은에 대해 “단지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아닌 다른 어린 많은 무용수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무용수”라며 “나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기민은 “(한국 활동에서는) 발레를 안 본사람이 발레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며 “'라 바야데르'는 발레를 좋아하게끔 만들기 위한 선택지 중에서는 비교적 쉬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