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아이를 낳는 순간 재정적으로는 무조건 마이너스입니다. 그럼에도 기업의 탄력적인 근무 환경 사회 분위기 덕에 출산을 결심했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국립 병무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는 김민주(35) 씨는 2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올해 직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돌봄 공백은 전혀 없다. 주40시간 전일제 근무를 하다가 주25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한 ‘타일자이트’ 근무를 시작한 덕분이다. 근로시간을 얼마나 단축할지는 온전히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 덕분에 매일 오후 1시께 퇴근해 오후 3시 반에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귀가한다.
김 씨는 “독일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육아를 결심할 수 있었다”면서 “단축근무를 하거나 아이 때문에 돌발 휴가를 낼 때 단 한 번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미사용하거나 야근을 하면 되레 경영진이 의아해하고 무능력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부모가 눈치 보지 않는’ 유연한 근무 환경은 여성이 출산·육아와 커리어 중 한쪽을 포기하지 않도록 한 제도 덕분이다. ‘풀타임’ 전일제와 ‘파트타임’ 시간제 근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노동법상 똑같은 법적 권리와 사회보장 혜택이 주어진다. 독일의 육아휴직 제도 ‘엘턴자이트’ 또한 엄마의 경력단절을 최대한 방지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최대 3년의 휴직 기간 중 12개월 동안 지급하는 ‘부모 수당’은 남편이 휴직할 때만 2개월이 연장돼 육아 참여를 유도한다.
독일 내무부 산하 연방인구연구소(BiB)의 연구책임자인 마르틴 부야드 박사는 “고용주들도 유능한 여성 인력이 최대한 빨리 복귀하기를 바라는 취지로 성평등적 가족 정책을 적극 지지했다”면서 “그 결과 여성의 사회 진출과 출산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독일의 여성 취업률과 합계출산율은 각각 2000년대 초반 58%, 1.3명에서 2021년 기준 72%, 1.58명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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