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 처리가 지연되는 사이에 부산에서 사망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가 음주 운전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타기’ 수법을 써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5월 가수 김호중 사건을 계기로 발의가 이어진 김호중 방지법은 술타기 수법을 막기 위해 해당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음주 운전 사고 후 술을 추가로 마시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음주 측정 거부와 동일한 최대 징역 5년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9월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정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후 시행된다.
29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5시께 사상구 강변대로에서 60대 남성 A씨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 B씨와 부딪혔다. B씨는 뒤따라오던 또 다른 SUV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당일 오후 3시께 A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사람을 친지 몰랐다"며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고 오전 9시에 술을 마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실제 A씨는 오전 5시께 사고를 낸 뒤 자신의 회사로 출근해 일을 하다 오전 9시께 직장과 13㎞ 떨어진 편의점을 찾아 소주를 마시고 다시 운전해 회사로 이동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사고 당시 음주 상태였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고 후 고의로 술을 마시는 술타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5월 가수 김호중은 서울 강남에서 음주 운전 사고를 낸 후 경기도의 한 호텔로 도주해 거기서 술을 더 마셨다. 이에 검찰이 그를 재판에 넘길 때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 유사한 수법을 사용하는 사례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