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옥과 같은 전통 건축물의 가치를 현대적 요구에 맞추어 재해석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학생 설계공모전에서 한옥 분야 대상을 수상한 영남대학교 성시운 학생의 'Flexible Hanok'(현재 한옥의 유형을 재해석) 프로젝트는 이러한 시도의 중심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한옥의 공간적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가변적인 공간 활용과 현대적 기능을 결합한 리노베이션 방식을 통해 미래 한옥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의 대상지는 경북 청도군 청도읍 고수구길 96에 위치한 과거 한옥과 일본식 가옥의 복합 구조였다. 부지면적은 총 432㎡에 달한다. 성시운 학생은 근대에 존재했던 독립된 가옥 3채의 고유한 구조적 특징을 보존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인 기능과 요구에 맞게 재해석하는 데 주력했다. ‘Flexible Hanok’ 프로젝트는 각각의 건물이 가진 고유의 축을 살리고 이를 현대적 요구에 맞게 공간을 확장하거나 변형했다. 특히 기존의 마당 공간을 지하로 확장해 새로운 생활 공간을 확보한 것이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는 ‘플렉시블 월(Flexible wall)’ 시스템이다. 전통 한옥에 적용된 방과 방을 구분하는 고정된 벽과 달리 플렉시블 월은 벽 자체를 움직일 수 있어 공간 구성이 자유롭다. 성시운 학생은 한옥의 전통적인 칸 구조를 유동적으로 움직이게 해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게 했다. 이는 현대 도시 생활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가족 모임을 위해 거실을 넓히거나, 개인적 공간이 필요할 때 방을 분리하는 등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젊은 부부를 위한 거주 공간, 중년 비즈니스맨을 위한 공간, 네 명의 가족을 위한 공간 등 다양하게 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개인적 공간과 공공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성시운 학생은 “현대적인 생활 양식에 맞춘 공간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공간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Flexible Hanok’은 마당 공간을 확장하고 지하 공간과 연계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통 한옥에서 중요한 생활 공간의 일부였던 마당을 지하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추가적인 생활 공간을 확보했다. 성시운 학생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동양적 개념에 따라 마당과 건물 간의 구역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상층과 지하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자연광을 확보함으로써 개방감 있는 공간 구성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공간 확장은 좁은 도시 환경에서도 한옥 특유의 공간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프로젝트는 구조적 안정성도 높다. 기존 목조 구조의 미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강화 콘크리트와 같은 현대적 재료를 사용해 건물의 내구성을 강화했다. 성시운 학생은 “서양과 동양의 목조 구조를 비교 분석한 후, 한옥의 지붕과 기둥 구조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반영했다”며 “현대적 재료로는 아연과 판넬을 사용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으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건축적 도전이었다. 특히 일본식 가옥에서 볼 수 있는 서양 목구조와 동양 목구조의 차이점을 고려해 지붕의 캔틸레버 구조와 같은 동양적 건축 특성을 반영한 것이 돋보인다. 이러한 요소들은 건축물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하며, 내부 공간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이 프로젝트는 기존 ‘신흥슈퍼’, ‘상가형 주택’을 리모델링해 초개인화 숙소라는 특징도 부여했다. 성시운 학생은 “한옥 목조 구조가 가진 정체성을 이해하고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숙소의 시스템을 계획했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역사적 역할을 하던 길의 정체성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