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이 2조5000억 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최윤범 회장이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고 개방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MBK 측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30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최근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 및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 사항 등을 보고하고 부의 안건으로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직후 고려아연은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 물량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1주당 모집 가액은 67만 원이다. 자금 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자금 2조3000억 원, 시설자금 1350억 원, 타법인 취득자금 658억 원 등이다. 청약 기간은 12월 3∼4일이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2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일부는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모집 주식 중 80%에 대해서는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수소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등 고려아연이 추진해온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은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일반 공모 증자를 통해 소유 분산 구조와 주주 기반 확대 등을 통해 ‘국민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식 거래량 축소로 인한 상장 폐지 리스크 해소 및 주식 유동성 증대를 통한 주가 불안정성 해소 등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 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과 이로 인한 기술 유출,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MBK 연합은 “자본시장과 주주들을 경시하는 최윤범 회장의 처사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차입금으로 인한 회사의 재무적 피해를 모면해보고자 유상증자를 하려고 하지만 이 행위 자체가 바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에 피해가 가든, 주주가치가 희석되든 최 회장은 상관이 없는 듯 하다”며 “최 회장 머릿 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 보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MBK 측은 “유상증자 공모가 67만원은 현재시점의 예상가격일 뿐”이라며 “12월 초에 가서 그 때 기준주가에서 30%를 할인한 금액이 일반공모가로 확정되는데 해당 금액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남은 주주들의 주주가치는 더욱 희석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