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우로보로스 딜레마






1950년대 후반 당시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이 대약진운동의 일환으로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를 소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마오의 한마디에 중국 정부와 지식층·농민들이 총동원됐다. 농촌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리로 나가 참새를 잡아 박멸했다. 그러나 참새가 사라지자 참새가 잡아먹는 벌레·해충들이 들끓었고 곡식이 대규모로 괴사해 대흉년이 벌어졌다. 당국의 공식 발표로만 2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이는 독재 체제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전형이었고, ‘우로보로스 효과(Ouroboros Effect)’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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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보로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꼬리를 먹는다’는 뜻이다. 커다란 뱀 또는 용이 입으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삼키는 원형의 형상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온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처음과 마지막이 묶인 모습이 탄생과 죽음의 결합, 불사, 무한 등을 상징한다고 봤다. 이 문양은 이후 수세기에 걸쳐 여러 문화권에서 나타났고 윤회 사상 또는 영원성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굴된 문헌인 ‘사후세계의 서’에서 이 문양이 나와 기원(起源)으로 판단된다. 문양의 끊임없고 순환적이고 상호적인 특성에서 ‘우로보로스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참새 말살 정책처럼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도가 되레 뜻밖의 나쁜 결과나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하게 되는 현상을 뜻하기도 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우로보로스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무한 반복되는 우로보로스처럼 저성장으로 산업·기업·소비의 양극화가 발생했고 양극화로 인해 다시 저성장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로 한국 경제보다 16배나 규모가 큰 미국(2.1%)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정치권은 정쟁이 아니라 저성장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노동·연금·교육·세제 등의 낡은 시스템을 바꾸는 구조 개혁 없이는 우로보로스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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