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31일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일본 정국 혼란 등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강해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경제와 물가 전망이 목표한 대로 실현되면 정책금리를 인상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구체적인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는다”며 “매번 이용 가능한 통계와 정보에 기반해 판단하겠다"고 일축했다.
BOJ 시장 예상대로 2회 연속 금리동결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9명의 정책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은 경제·물가가 전망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상을 미룬 것 같다”고 해석했다.
우에다 “美경제지표 좋지만, 안심은…”
“시간 여유 갖고…” 표현 안 쓴 이유는?
“시간 여유 갖고…” 표현 안 쓴 이유는?
우에다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아직 불투명한 부분이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에다 총재는 “최근 한달 정도 (미국의) 좋은 통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래서 전망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에 미국 등 해외 경제의 영향을 주시해간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3개월마다 새로 내놓는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도 발표했는데 ‘미국을 비롯한 해외 경제의 전개나 금융 자본 시장의 동향을 충분히 주시해 경제·물가의 전망이나 리스크에 미치는 영향을 판별해 갈 필요가 있다’는 표현이 새롭게 추가됐다. 우에다 총재는 "미국 경제를 둘러싸고는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이 경제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 불투명한 부분이 아직도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 동향을 주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직전 회의때와 비교해 시장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우에다 총재는 금리를 동결한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책 판단에 있어서 (해외 경제의 상황 등을) 확인해 갈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생각한다"는 표현을 썼다. 총재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표현을 썼던 시점이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던 시점임을 상기하며 변동성을 고려한 대응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경제 데이터가 호조를 보이는 점을 들어 “지금과 같은 움직임이 계속되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살펴보겠다’는 표현은 불필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오늘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美대선 리스크, 회의때 점검해 나갈것
日총선은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까?
日총선은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까?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는 “새 대통령의 정책으로 새로운 리스크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매회의 정책결정회의에서 (리스크를) 점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새 정부의 정책이 일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의 정치 정세와 관련된 것이기에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지난 27일의 총선 결과가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해 정치 상황이 불투명해져 금리 인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에다 총재는 “정치 정세가 물가 전망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정책적으로 큰 움직임이 나오면 경제·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망을 적절히 수정해 가게 된다”고 답했다.
늘 말해왔듯…
경제·물가 전망 실현되면 금리 올린다
경제·물가 전망 실현되면 금리 올린다
한편 일본은행은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금융 정책운영에 대해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금리 인상 의지를 재차 밝혔다.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 기준) 상승률 전망치는 2024년도(2024년 4월∼2025년 3월) 2.5%로,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와 2026년도(2026년 4월∼2027년 3월)는 각각 1.9%로 제시했다. 2024년도와 2026년도는 직전인 7월 전망치와 같으며 2025년도는 0.2%포인트 내렸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4년도 0.6%, 2025년도 1.1%, 2026년도 1.0%로 각각 예상했다. 2024년도와 2026년도는 7월과 같으며 2025년도는 0.1%포인트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