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자기 성별을 법원 허가 없이 스스로 바꿔 등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1일(현지시간) 발효됐다. 성별변경 사전 신청에 한달 새 1만 명 넘게 몰렸지만 일각에선 성폭력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독일 정부는 의사의 심리감정과 법원 결정문을 요구하는 기존 성전환법이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4월 새 법을 만들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법률 시행에 앞서 미리 접수된 성별변경 신청이 지난 8월 한 달에만 1만 5000건에 달했다. 독일 정부는 성급한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숙려기간을 두고 법 시행 3개월 전부터 신청을 받았다.
이번 법 제정으로 독일은 성별 결정을 자기 판단에 맡기는 17번째 나라가 됐다. 스벤 레만 연방정부 퀴어담당관은 “성소수자들이 이 법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사전 신청 건수가 보여준다”며 “마침내 트랜스젠더를 병리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국가 그룹에 합류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중요한 날”이라고 말했다.
새로 시행되는 법에 따르면 남성·여성·다양·무기재 가운데 한 가지를 등기소에 신고만 하면 성별을 바꿀 수 있다. 성전환 수술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성별이 여러 가지라고 등록하거나 기존 성별을 삭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새 제도가 성범죄·폭력 위험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림 알살렘 유엔 특별보고관은 독일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성범죄자와 폭력 가해자의 남용을 막을 장치가 없다”며 “교도소나 탈의실, 화장실 등 성별이 분리된 공간에서 폭력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유리한 성별로 바꿔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비수술 트랜스젠더’인 미국 수영선수 리아 토머스(25)는 남자부에서 뛰다가 호르몬 요법으로 여성이 되는 과정을 밟은 뒤 여자부 경기에 출전해 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