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시행에서 폐지로 유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주주 충실 의무 조항 개정부터 개선책을 시행하겠다”며 상법 개정 의지를 강조했다. 금투세에서 물러난 만큼 상법 개정으로 당내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표심도 잡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또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사 충실 의무 대상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이사 분리 선출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확대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은 관련 내용을 정기국회 내 입법화한다는 계획인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에서 양보한 만큼 민주당의 상법 개정은 적잖은 명분도 확보했다. 아울러 이 대표 본인이 ‘개미투자자’ 출신으로서 그동안 소액주주 보호 확대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민주당 금투세 정책 토론회에서도 찬반 양측 모두 상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재계는 ‘기업의 경제활동 위축’을 이유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제단체들이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주주의 이익과 충실 의무의 정의가 모호해 기업 이사들이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방침을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11월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자고 쐐기를 박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1월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처리하도록 야당과 즉시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도 “금투세 폐지는 국민의힘이 여름부터 굉장히 강조하며 집요하게 주장해 온 민생 정책 중 하나”라며 “이제 자본시장 밸류업(가치 제고)과 투자자를 국내 증시로 유인할 다각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최태원 SK 회장과 간담회를 하면서 경제계로 외연을 확대했다. 그는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도 정책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먹사니즘’을 민주당 정책의 트레이드마크로 제시한 이 대표가 정책적 실용 노선을 부각하며 정국 주도권 확보는 물론 차기 대권 주자로서 이미지 강화까지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