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장터가 열린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앞마당. 한 손에는 다회용 장바구니를 다른 한 손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카드를 든 이들이 판매자에게 수줍게 카드를 내밀었다. “제가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이에요.” 이에 상대가 반색을 하며 “저도 초록색”이라며 화답했다.
이날 행사는 마포문화재단에서 연 ‘궁금한 시장’이다.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고객과 상인이 카드를 매개로 특정 질문에 대해 서로의 답을 적은 카드를 나눠가지며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화는 특히 장려된다. 뜨개, 자수, 펠트제품을 비롯해 직접 만든 달뿌리풀 빗자루와 마당에서 딴 제철 꽃으로 만든 부케, 사진 엽서 등 판매자가 내어 놓는 것은 모두 ‘핸드메이드’다, 타로를 보거나 그림을 그려 상담을 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내어주는 셀러들도 있었다.
최근 공연장 앞이 관객뿐만 아니라 관심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마켓’ 명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마포문화재단은 공연관객들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마켓을 진행하고 있다. 홍대와 연남동, 망원동을 중심으로 인디 문화가 다양하게 자리 잡은 만큼 다양한 문화인들과 관객들을 이어주겠다는 취지다.
꼭 관객들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기에 지역 주민들 비중도 높다. 이를 토대로 장기적으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층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 효과다. 10월 12일에는 홍대의 도프레코드, 방레코드 등 10개 레코드숍과 연계해 ‘마포 LP데이’를 열고 시민들이 개별 레코드숍을 따로 찾지 않고도 한 자리에서 모든 음반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청음 부스도 열어 초심자들도 쉽게 LP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앞서 지난 5월 진행한 ‘무대위의 책방'을 통해 마포구에 있는 동네 책방이 22곳이 참여해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1400명 넘게 모이기도 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는 “일반적으로 공연장을 자주 이용하지 않던 고객들이 마켓이라는 접근성 쉬운 콘텐츠로 유입될 수 있다”며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잠재적인 관객 층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의 국립극장도 해오름극장 앞 문화광장을 중심으로 9~10월 매주 토요일마다 야외 문화축제 ‘아트 인 시리즈’를 열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과 같은 느낌이지만 주제가 매번 다르다. 창작 시장, 도서 시장, 농부 시장, 미식 시장 등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을 함께 접할 수 있게 했다. 특징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농작물 시장의 경우 먹거리를 맛보거나 참여한 농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워크숍이 마련된다. 지난 10월 26일 진행된 커피 시장의 경우 핸드드립을 체험하는 코스도 마련돼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앞서 지난 9월 세종문화회관은 뒤뜰 ‘예술의 정원’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협업해 ‘번개 플리마켓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저녁까지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많은 이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맥주를 마시고 공연을 관람하며 평소 세종문화회관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참가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러한 록 음악을 듣고 또래들이 모여서 공연을 즐긴다는 게 새로웠다”며 “그동안 올드하게 느껴졌던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