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서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아다치구에 위치한 종이자원 수집상 아라이상점. 사업장에 들어서자마자 처음으로 받은 인상은 ‘깨끗하다’였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사업장 한 켠에 켜켜이 쌓여있는 재활용 종이 더미와 10~20분 간격으로 골판지 등을 싣고 오는 트럭 정도가 이곳이 폐지 수거업체 작업장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개당 1톤에 달하는 종이 더미의 상태도 양호했다. 이곳은 한 달에 1800톤의 더미를 취급한다.
가정 폐지도 불순물 10% 안돼
한국제지연합회와 한국종이자원진흥원,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이 함께 꾸린 일본시찰단의 일원으로 현장을 방문한 국내 한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가정에서 나온 폐지 더미인 것 같은데 불순물이 10%가 채 안돼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폐신문지 더미라고 해서 받아보면 신문지 함유량이 20%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유팩은 악취가 나고 썩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이 일본에서 폐지를 수입해 쓰는 이유기도 하다.
제지업체의 엄격한 기준 영향도
아라이상점 관계자에게 비결을 물었다. 제지업체의 엄격한 품질 기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라이상점 관계자는 “골판지 더미에 잡지 등 불순물이 10% 미만이면 제지사가 가격을 그만큼 쳐주지 않는다”며 “10%가 넘을 경우 아예 받아주지 조차 않기 때문에 품질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에서 지방자치단체나 수거업자는 가정에서 내놓은 폐지에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아예 수거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반면 한국은 수거업체가 주민 민원과 지자체의 허가 취소를 우려해 품질을 이유로 수거를 거부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체계적인 분리수거로 이물 없어
일본에서 폐지 수출업을 하고 있는 업체 대표는 일본 종이자원이 품질이 좋은 이유로 체계화된 분리수거 시스템을 꼽았다. 이명호 리니어코퍼레이션(일본고지재생촉진센터 국제위원) 대표는 “내가 사는 단지의 경우 종이를 6종류로 분류하고 종류별로 수거해가는 요일이 정해져 있다”며 “우유팩을 씻은 후 가위로 오려서 내놓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월요일은 신문, 화요일은 잡지, 수요일은 유유팩을 수거해가는 식이다.
간소한 유통구조가 일본 폐지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분석도 나왔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폐지 수거업자와 압축상 사이에 중간 유통업자가 없다. 고물상이 폐지 중량을 늘리기 위해 물을 뿌리거나 하는 등의 일이 발생할 소지가 아예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폐지의 질이 좋지 않다 보니 제지사는 감량을 하기 일쑤고 고물상을 상대로 강한 협상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압축상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日정부 고지재생촉진센터 지원
정부·지자체의 지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1974년 출범한 고지재생촉진센터에 재정을 지원했다. 우리 말로 헌 종이를 뜻하는 고지(古紙)의 재활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 기관은 전국에 출장소를 두고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지금의 일본 폐지 수집·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정부의 경우 한국의 고지재생촉진센터격인 종이자원진흥원에 재정 지원은 하지 않는 현실이다.
"지자체지원, 유통간소화 필요"
시찰단의 한 관계자는 “일본 지자체는 압축상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는 보조금은 없고 주민 민원이 들어오면 허가권을 쥐고 압축상 등을 압박하는게 전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