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올 8월 ‘블랙먼데이’ 이후 또다시 2500선을 내줬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에 원·달러 환율마저 1400선을 넘어서며 국내 증시를 둘러싼 공포가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가 랠리를 펼치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악화일로를 이어가면서 K증시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9.09포인트(1.94%) 하락한 2482.57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500선이 무너진 것은 글로벌 증시 급락장을 연출했던 올 8월 5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18.32포인트(2.51%) 내린 710.52에 마감했다. 역시 9월 이후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수입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등에 따른 수출 중심 국내 기업의 실적 타격이 우려되는 데다 개미의 국장 이탈과 함께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손으로 외국인 이탈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날 삼성전자(005930)가 3.64%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또다시 갈아 치우는 등 유가증권시장은 건설업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신저가 종목도 코스피는 230개, 코스닥은 580개에 달했다. 이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가 속한 대만 증시도 2.33% 하락하는 등 대미 무역 흑자국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 대비 8.8원 오른 1403.5원에 마감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1400원을 종가 기준으로 넘은 것은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처음이다. 이는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2309억 원어치를 팔았고 기관도 109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만 3324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국내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제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정보기술(IT) 업종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외국인 매도가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이라 지수 하락이 지속될 수 있지만 코스피는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