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손경식, 탄소 규제 두고 "기업 타 국가로 유출 야기, 긴 호흡으로 봐야"

경총, 2차 ESF 경영위원회 개최

국제정세, 공급망·안보리스크 겹쳐

"트럼프정부, 흐름 변화 발생 가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단 초청 회장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단 초청 회장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3일 최근 기후와 관련된 글로벌 규제를 우려하며 우리나라는 시행 초기의 변동성을 고려해 국익 관점에서 신중하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한상 한국회계기준 원장을 초빙해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제정 전망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2024년 제2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손 회장은 개회사에서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공급망을 둘러싼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까지 중첩되면서 새롭고 복잡한 양상을 낳고 있다”며 “높은 에너지 전환 비용과 공급 불확실성은 단순히 탄소누출(Carbon Leakage)의 문제를 넘어 한 나라의 산업 공동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강해질 경우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체가 배출량 규제가 약한 국가로 이동하는 탄소누출에서 나아가 경제가 탈공업화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손 회장은 전 세계 국가들 역시 바뀌는 국제 정세와 안보 흐름에 맞춰 탄소와 관련된 규제를 속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EU 전역의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적용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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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모든 회원국은 예정대로라면 지난 7월 6일까지 지침을 법제화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자국 내 법제화를 완료한 회원국은 13개국으로 절반이 안 되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1일 EU 집행위에서 법제화가 미진한 회원국에 공식 경고서한을 발송했지만 독일을 비롯한 스페인, 폴란드, 체코와 같이 첨단기술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 회원국의 법제화는 미뤄지고 있다.

EU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서도 손 회장은 국제 정세가 안정된 뒤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탄소국경제도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의 수입품목(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수소·전력)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고 2026년 1월부터는 역내 수입업자에게 인증서 구매를 강제하는 탄소국경세 방식의 규제다.

손 회장은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주요 교역국이 크게 반발하고 미국도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방식이 강화될 경우 다자주의 무역 흐름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긴 호흡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Scope 3) 공시와 제101호(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추가 공시사항) 채택과 관련한 문제도 논의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규칙’ 시행이 소송으로 보류됐는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공시기준을 확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구체적 ‘세부기준’과 객관적 공시방법을 담은 ‘활용가이드’가 제시되어 충분한 현장 검증을 거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은 “국내 기업의 공시 이행력 제고를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에 관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수록 기업들의 부담과 피로도 가중될 수 있다”고 답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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