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통령 칼날에 춤추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앞둔 15일 서울 서초동 일대는 수백 명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는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모여 있었고, 법원 인근 도로에서는 보수 단체들이 이 대표의 유죄를 주장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하나 둘 모인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대표적인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사전 집회를 열고 법원과 검찰을 향해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오후 1시께 본집회가 시작되자 2개 차로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오후 1시 기준 진보 진영 집회 인원은 경찰 추산 1000여 명이다. 앞서 진보단체들은 집회 신고 인원으로 5000명을 신고한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상의를 착용한 채 손에 ‘정치검찰 탄핵하라’, ‘이재명 무죄’, ‘김건희 특검’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주가조작 국정농단 김건희를 특검하라”, “내로남불 억지기조 정치검찰 특검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집회장 인근에는 이 대표의 무죄 탄원서를 접수하는 파란색 차양막이 설치됐다.
같은 시각 법원 인근 도로 1차로는 붉은색 옷을 입은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이재명 감방(감옥) 가자’, ‘이재명 구속하라’는 내용의 피켓과 태극기·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충돌도 발생했다.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으며, 일부 인원은 서로를 향해 비난의 말을 쏟아내다 경찰의 만류로 겨우 일단락되기도 했다. 한 보수 유튜버는 진보 진영 인근에서 촬영을 하다 제지되기도 했다. 양측은 번갈아가며 ‘김건희 구속’과 ‘이재명 구속’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끼리의 기싸움도 벌어졌다. 인천시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박 모 씨는 “문재인 정부부터 꾸준히 규탄 집회에 나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은 것을 믿을 수 없다”라며 “일반 서민들은 조금만 잘못해도 바로 구속이 되는데 이재명도 문다혜도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무사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류금선(65) 씨는 “이 정권 들어설 때 3년 이내에 망한다고 봤다”라며 “이 대표의 무죄는 당연한 것이고, 재판에 넘겨진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날을 세웠다.
각 계 정치인들도 집회 현장에 도착해 참석자들을 상대로 연설에 나섰다. 전 대전광역시장인 허태정 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는 설치된 무대로 나와 ”이 자리에 이 대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라며 “이 대표가 안다 모른다라고 말한 것을 가지고 유죄냐 무죄냐를 다투고 그걸 법정에서 결정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외쳤다. 허 대표는 군중들을 향해 “이재명은 무죄다”라며 구호를 외쳤다.
다만 인근 직장인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법원 인근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20대 A 씨는 “오전부터 너무 시끄럽고 도로도 통제돼서 불편하고, 퇴근길도 걱정된다”라며 “사무실 앞은 이재명 규탄하는 보수단체 집회장소인데, 오늘 하필 파란색 옷을 입고 온것까지 신경쓰이고 눈치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집회현장 인근에 3000명의 경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으며, 법원과 검찰청 곳곳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는 등 집회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 당시 이 대표가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제가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두고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날 이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가 최종 확정될 경우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