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보험을 직접 판매하는 보험 설계사들이 보험사기를 주도하거나 가담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28일 보험 설계사 32명과 환자 111명, 병원 관계자 3명 등 총 146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올 8월 보험금 부정 수급을 알선하거나 권유하는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처음 검찰에 넘겨진 치아보험 사기 건이다.
설계사들은 가입자들이 과거 치아 질환 이력을 은폐하고 불법 보험계약을 맺도록 유도한 뒤 고객이 거액의 보험금을 부정하게 타 가도록 권유하거나 실제 치료한 치아보다 더 많은 치아를 치료받은 것처럼 청구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은 설계사를 통해 특정 병원에서 발급받은 가짜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간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발생한 피해 금액은 23억 6000만 원이다.
보험 판매에 따른 수익을 보험사와 나눠 갖는 설계사들이 고객을 유혹해 보험사를 상대로 한 사기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보험 설계사는 2021년 1178명, 2022년 1598명, 2023년 1782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들 중 보험 설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작지 않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에 대해 잘 아는 설계사들이 지식을 악용해 보험사기를 주도할 경우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걸러 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보험 설계사에 대한 보험업법의 처벌 수준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보험금 부정 수급에 가담한 보험 설계사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업무를 정지하거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보험 설계사의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형위는 이달 1일 제135차 회의에서 “사기의 특별가중인자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의 정의 규정에 ‘보험사기에서 의료·보험의 전문직 종사자가 직무 수행의 기회를 이용해 범행한 경우’를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양형위원 전체 회의에서 새 양형기준이 최종 의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