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첨단 패키징(후공정) 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외 생산 거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탑재할 기기에 맞는 형태로 만드는 기술 및 공정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4부터 자체 패키지 공정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만큼 패키징 역량 확충에 집중해 미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중 중국 쑤저우 공장(SESS)의 생산설비 증설 등의 목적으로 반도체 장비를 매각·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200억 원 수준이다.
쑤저우 공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테스트·패키징 생산 거점으로 패키징 공정 혁신과 생산 효율화 등을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장비를 거래한 시기에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TP(Test&Package)센터 담당 임원을 맡고 있던 이정삼 부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공석이던 쑤저우 공장 법인장으로 발령 받는 등 인사 변동도 있었다.
국내 패키징 생산 거점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충청남도·천안시와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 증설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임대 받은 천안의 28만 ㎡ 규모의 공장에서 2027년 말까지 HBM용 첨단 패키징 설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패키징 생산 거점으로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동안 지속적인 설비투자로 온양캠퍼스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천안에 HBM 양산을 위한 패키징 라인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HBM용 D램 생산 능력에 비례해 천안에서 적층 공정 확대가 이뤄지는 양상이다. 천안의 신규 라인에서는 5세대(HBM3E), 6세대(HBM4) 등 최신 HBM이 생산될 예정이다.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시스템도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 요코하마에 설립하고 있는 ‘어드밴스드패키징랩(APL)’을 연내 가동할 예정이다. 올 초부터 APL 오피스를 마련하고 인력 확충과 클린룸 설립 등을 진행해왔고 2028년까지 400억 엔(약 36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차세대 HBM 전용 최신 패키징에 더해 인공지능(AI) 및 5세대(5G) 이동통신 등 분야에서 쓰이는 고부가 칩을 위한 기술을 다룰 계획이다.
패키징 거점 확대는 HBM 1위인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차세대 제품인 HBM4는 주력 단수가 기존 8단에서 12단으로 변화하면서 요구되는 패키징 방식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수평으로 배치하는 2.5D 방식이었다면 HBM4부터는 GPU 위에 HBM을 쌓는 3D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양산 방식이 고객 맞춤형(커스텀)으로 바뀌는 것도 중대한 변화다. 고객이 요구한 성능을 첨단 패키징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지가 주요 선택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HBM4 패키징을 위해 현재 12단·16단 제품 생산에 필요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비롯한 각종 선단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6세대 HBM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는 만큼 패키징 기술이나 양산 능력 면에서 격차를 벌리려는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