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없이 정상 진료가 이뤄졌던 지난해 기준으로도 이익률이 -0.5%였습니다. 진료수익만으로는 미래의료를 준비하기 힘들다는 얘기죠.”
금기창(사진) 연세의료원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19일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환경 변화로 당장 의료이익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의정갈등이 시작된 올해 상반기 127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의료원 산하 3개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신촌)은 의정갈등 국면에 가장 타격이 컸던 병원 중 하나로 꼽힌다. 전체 의사 1500여 명 중 600여 명에 달했던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떠나고 입원·수술이 반토막 나면서 수익은 줄었는데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을 줄이지 못해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영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금 원장은 “초고난도질환을 치료하는 최상급종합병원의 새 기준을 제시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진료 이외에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혁신의료와 필수의료 체계 도입을 위한 미래 발전동력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금 원장은 “연세의료원은 중입자치료, 로봇수술 등 신의료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중증 난치질환 치료를 선도해왔다”며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없도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병원의 모든 기능을 초고난도질환 치료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신촌·강남·용인세브란스 3곳은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기존 일반·단기병상의 비중을 줄이는 등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며 “미래의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경영 안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질 향상을 위해 매년 20억 원씩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의과대학은 163억 원, 치과대학은 156억 원, 간호대학은 7억 원 상당을 연구과제별로 최대 2년까지 지원한다. 이런 지원은 국내 최초 수부이식 수술이라는 임상 성과와 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세계적인 의학저널에 신의료기술로 등재되는 등의 결실을 맺었다. 교수창업 컨설팅 등 연구개발(R&D) 지원시스템 고도화에 들인 노력은 기술사업 수익 모델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출원한 특허는 305건, 기술이전은 23건으로 117억 원의 계약금을 확보했다. 연세대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는 지난해 전·현직 동문들로 구성된 기부형 펀드 ‘세브란스 MD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한 데 이어 최근 민간투자사와 의료원 최초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는 성과를 냈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유망기업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투자 수익의 일부는 학교의 R&D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목표다. 지금까지 약 90억 원의 투자금액을 운용하며 11개 기업에 투자했다. 금 원장은 “연세대 교수창업 벤처를 포함해 투자기업의 총가치는 현재 2035억 원에 달한다”며 “특허, 신의료기술 등 기술수익이 미래의료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세의료원은 어려운 시기에도 해외 의료 취약국의 의료인력 양성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 영원무역의 제안으로 방글라데시에 설립을 추진 중인 메디컬센터는 올 1월 기공식을 가졌고 2026년 개원이 목표다. 100병상 규모의 파일럿병원과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의과대학, 간호대학 등이 들어선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는 300병상 규모의 칭다오 세브란스 재활병원(가칭)이 내년 10월 개원을 목표로 건립되고 있다.
금 원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병원만 잘한다고 해서 공적기능 향상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라며 “정부의 지원과 사회 각층의 관심, 후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의료가 정상화 되고 우수한 의료인력이 배출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정사태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의료기관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필수의료를 포함한 의료수가 현실화는 물론 의료사고특례법 재고 등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