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방카 25% 룰' 손질에…非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은행 우월적 지위" 반발

◆금융위 내주 완화·폐지안 발표

"지주계 보험사 상품 판매 집중"

소비자 선택권 축소 등 지적도


금융 당국이 ‘방카슈랑스 25% 룰’을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판매 채널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비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들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25% 룰이 완화되거나 폐지될 경우 은행들이 같은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 상품 ‘밀어주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판매 타격을 입을 게 뻔하고 소비자 선택권도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보험개혁회의는 다음 주에 방카슈랑스 25% 룰에 대한 새로운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25% 룰은 은행이 제휴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때 한 회사 상품의 비중이 25%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으로 2004년 도입됐다. 특정 보험사 상품의 쏠림 현상과 독과점을 막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주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아울러 은행들이 같은 금융그룹에 소속된 보험사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현상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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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25% 룰 개정을 검토하는 것은 올 4월 삼성화재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철수하면서부터다. 삼성화재의 철수로 손해보험사들 중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만 남았다. 은행 입장에서는 25% 룰을 지키기가 어려워지자 당국이 생보와 손보를 가리지 않고 전체 방카슈랑스에 대해 25% 룰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생명보험 업계는 “손해보험 업계와는 사정이 다르다”며 여러 회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생보 업계에 대해서까지 25% 룰을 축소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소비자 선택지 축소, 보험의 은행 종속 가속화, 설계사 대량 실직, 소형 보험사 경영 악화 등의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팔리는 생보 상품 대부분은 저축보험으로, 주로 월납이 아닌 일시납 상품을 예금처럼 드는 소비자가 많다. 지난해 생보사 초회보험료 중 62.7%가 방카슈랑스에서 나왔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생보사들 중에서도 은행을 보유하지 못한 비금융지주계 생보사들의 걱정이 크다. 은행들이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 상품 판매에 집중해 역차별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 비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관계자는 “20년간 유지된 25% 룰을 갑자기 완화 또는 폐지할 경우 업계와 소비자 모두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비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기존 은행에서의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유무형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비용만큼 보험료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5% 룰이 완화되면 어떤 은행이든 같은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 상품을 한도가 찰 때까지 최우선으로 팔고 난 후에 다른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며 “보험사 간 공정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선택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은 “당국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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