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 폐지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세액공제 등 혜택이 사라질 경우 전기차 수요가 현행보다 27% 줄어들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신차와 경트럭의 연비 요건도 바이든 행정부보다 완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미국 내 전기차 전환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요세프 샤피로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 펠릭스 틴텔노트 듀크대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될 경우 미국 내 연간 전기차 등록 대수가 지금보다 31만 7000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전체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치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 내 에너지정책팀이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다만 미국 내 차량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작기에 세액공제 폐지가 내연기관차 판매 증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블룸버그는 트럼프 인수팀이 자동차 제조업체에 2030년 초까지 차량 연비를 갤런 당 약 50마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한 바이든 행정부의 ‘연비 요건’도 완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때도 2025년까지 신차 연비를 갤런당 평균 50마일 이상으로 높이려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계획을 2026년까지 39마일로 완화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미 환경보호청(EPA) 규칙에 따라 설정된 신차와 경트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 허용치도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EPA는 2032년 신차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7년 허용되는 배출량의 절반에 그치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요건이 전기차를 명시하지는 않지만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전환을 사실상 강요하는 ‘의무명령’이나 다름 없다고 비난하며 자신이 당선될 경우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명령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