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이 백지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과 달리 5조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구매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돼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특히 2년 넘게 장기화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통해 공격 헬기들이 우크라이나의 자폭용 공격 드론에 쉽게 격추되는 등 고가의 대형공격헬기가 현대전에서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무용론이 나오면서 군 당국이 큰 부담을 느껴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군 당국 등에 따르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육군 대형공격헬기 도입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커지면서 사업 백지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보류하기로 가닥을 잡고 다음 달 16일에 열리는 제16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최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 관계자는 “현존 최강인 아파치 가디언(AH-64E)은 탱크 킬러로 대전차 전력으로 필요성이 높지만 추가 구매가 시급한 것이 아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통해 헬기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이 승인한 4조 7000억 원의 비용으로 공격헬기보다 훨씬 저렴하고 더 먼 곳까지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 첨단 무인기 개발의 전력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힘이 실리면서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보류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군은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을 통해 아파치 가디언(AH-64E) 36대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었다. 현재 육군은 36대의 아파치 헬기를 보유하고 중이다. 지난 2012~2021년 실시된 1차 사업을 통해 당시 약 1조 9000억 원을 들여 AH-64E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도입해 전력화를 완료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22년 11월 제 14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기간은 2023 ~ 2028년까지 총사업비 약 3조 3000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 및 구매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사업은 육군 기동사단의 공세적 종심기동작전 수행 간 공격속도를 보장하고 실시간 항공화력 지원을 위해 대형공격헬기를 국외구매로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대형공격헬기 도입 백지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군 당국이 계획한 것보다 높은 구매 비용이다. 방사청은 2차 사업 예산으로 3조 3000억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가 최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한국에 35억 달러(약 4조 6655억 원) 규모의 아파치 공격 헬기(AH-64E) 및 관련 물품에 대한 판매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산을 1조 3000억 원 넘게 초과됐다.
아파치 1차 도입 비용 1조 9000억 원 보다 2조 8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더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최초 아파치는 440억 원 수준이었다면 2차 도입 예상가는 740억 원으로 급증해 1대당 300억 원을 더 주고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공격헬기 무용론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헬기는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군 공격 헬기 Mi-28이 우크라이나의 자폭용 드론 공격을 받고 추락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공격 헬기가 실전에서 드론에 당한 건 처음이다.
최소 300억 원이 넘는 러시아군 Ka-52 공격 헬기 등이 1000만 원 안팎도 안되는 휴대용 미사일에 줄줄이 격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은 현대전 양상 변화에 맞춰 기존 81㎜ 등 박격포를 드론으로 대체하는 안도 추진하고 나섰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고비용이 들어간 300대 이상의 헬기가 1000만 원 수준의 저비용 드론에게 격추 당하면서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 매우 놀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그야말로 ‘헬기의 무덤’이 됐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최근 현대 전장은 무인 공격기를 활용한 첨단 전력 필요한 상황이 커지면서 지난 정부가 설정한 신작계에 따라 막대한 예산으로 공격 헬기를 추가 도입하는 것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군 자체적으로 재검토를 통해 사업의 백지화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공격헬기 무용론에 찬성파가 높아서 2사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 할 필요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