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에 마련된 수조 속에서 김을 재배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작업에 식품업계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생산 효율성이 해상 양식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해수온 상승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점이 커서다. 이르면 3년 내로 육상에서 양식된 김이 본격적으로 국내외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전라남도 및 해남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양수산부가 내년 공모를 앞둔 김 육상양식 개발사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풀무원은 내년부터 군산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에 약 2800평 규모로 육상 김 연구개발(R&D) 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작업에 향후 5년 간 6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육상 김 양식은 대형 수조 안에서 이뤄진다. 바다와 유사한 생육 환경을 꾸려 김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방식이다. 육상에서 양식한 김은 갯병 등 병해 감염 위험이 적은 데다 해수온 상승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평가받는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해상 양식 대비 최대 100배 가까이 높다. 약 15℃ 내외의 적정 수온이 유지되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양식이 이뤄지는 해상과 달리 연중 자동 생산이 가능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조에 유엽(새 잎)을 넣어서 양식하기까지 약 2주의 기간이 소요돼 연간 24회 수확물이 나오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이런 이점에 주목해 이미 2018년과 2021년 각각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에 뛰어든 업체들이다. 이전까지는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본격적인 생산에 난점으로 꼽혔지만, 이런 문제도 최근 들어 식품업계와 정부·지자체의 협력 사례가 늘며 극복되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 외에도 동원F&B가 지난달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김·해조류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 20억원 가량을 들여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대상처럼 후발 업체들의 진입도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29년까지 350억원을 투입해 김 육상양식 시스템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개발이 장기적으로는 특히 해외 수출용 물량 공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김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 중인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한국의 김 수출액은 약 8억 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7억 9000만달러 규모를 뛰어넘어 수출액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육상에서 양식된 김의 본격적인 상품화에는 이르면 3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보급형 김 육상양식 모델을 개발해 실제 어민들이 생산한 김을 가공한 뒤 판매할 계획”이라면서 “이 같은 형태로 3년 이내에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2026년 상품화를 위한 실험을 거친 뒤 2028년까지 제품 출시를 목표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