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기고] PF대책, 부동산개발 구조혁신으로 이어져야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1년 여의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친 것으로 PF 안정성을 높이고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PF 위기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최고점에 달했다. PF 문제는 10여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위기 반복은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한다.

우리 부동산개발은 ‘저(低)자본 고(高)보증’ 구조다. 영세한 디벨로퍼가 불과 3% 자본금으로 선(先)분양을 통해 대박을 노리는 사업형태가 일반적이다. 호황기때는 이보다 이익 나는 사업을 찾기 힘들다. 불황이 시작되면 미분양으로 브릿지 대출 상환이 곤란해지고 본 PF로 전환이 힘들어 파국을 맞는다. 때마다 당국에 대책을 요구하면서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유화된다는 비난에 직면하고는 한다.



부동산개발과 금융 제도는 선분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파트 분양은 주로 개인 대상이다. 투기 방지라는 명분에 매달려 미분양 발생 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돈은 분양에만 몰려있다. 정작 중요한 부동산에 대한 운영은 뼈만 남은 생선처럼 돼 오롯이 수분양자 개인 책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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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저자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금 비율이 평균 38%인 리츠 활용을 제시한다. 부동산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리츠에 현물을 출자하면 양도세 과세를 이연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부동산 소유자에게 매각보다는 공동사업을 유도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자기자본 비율이 높으면 도시규제 특례, 보증수수료 할인, 충당금 적립비율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전문투자기관(limited partner)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저자본 구조개선은 요원하다. 투명성은 전문투자기관의 필수 요구조건이다. PF 시장 투명성과 공정질서 확립을 위해서 사업성 평가 강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우수 디벨로퍼 인증제도 등을 추진한다.

분양은 한순간이지만 운영이 잘되어야 가치를 유지하고 상승시킨다. 복잡하고 전문화된 부동산은 분양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리츠(개발+운영 사업자)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침이 눈에 띈다. 개발·운영·금융의 포트폴리오 형성이 기대된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개발이 운영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했다. 구조를 바꾸어 PF 위기 반복을 막겠다는 의지다. 부동산개발을 주도하는 신뢰도 높은 기관이나 기업을 앵커 디벨로퍼(anchor developer)라 하는데 향후 리츠와 종합부동산회사가 주목된다. 책임감 있고 위기에 강한 한국형 디벨로퍼를 육성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과거 PF 위기에도 대책이 준비되고 시행됐다. 투명성 제고와 자본구조 개선을 위한 여러 대안이 발표됐지만,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다.

이번 대책은 개발 업계와 금융 당국이 머리를 맞대어 오랜 시간 고민하고 협의한 결과다. 협의체를 계속 유지하며 개발·운영·금융 제도에 얽힌 근본 문제를 풀어가면서 제대로 실행되도록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부동산개발 구조혁신을 통해 앵커 디벨로퍼가 공급 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시장을 안정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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