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요실금 수술이 자궁근종 수술로 둔갑…산부인과·소아과도 실손청구 증가

[눈먼 돈 된 실손보험]

소아과 보험금액 상반기 10%↑

산부인과도 年 평균 12% 증가


실손보험 청구가 소아과·산부인과 등 의사들에게 인기가 없는 진료과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저출생으로 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진료과들도 최근 실손보험을 통해 보장받는 보습제나 영양주사 같은 비급여 치료를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보험 업계의 분석이다.

2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소아청소년과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전년 대비 54.3%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었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29.2%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실손보험금 중 4.3%를 차지했다.



산부인과 역시 지난해 실손보험금이 전년 대비 12.9% 뛰었고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 확대됐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2.3%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실손보험금 중 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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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업계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에서는 비급여 주사 치료와 보습제 처방 등이 늘어 지급 보험금이 증가하고 있다”며 “산부인과의 경우 질 성형이나 요실금 수술 후 ‘하이푸(자궁근종 등 비절개 치료) 수술’로 허위 청구하거나 보통 비뇨기과에서 주로 하는 전립선 결찰술도 시행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남용이 의사 수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성형외과·피부과처럼 건강보험과 실손 진료 모두 취급하지 않고 미용만 하는 곳들은 수익성이 가장 좋아 의사가 몰린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권할 비급여 치료가 많은 정형외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가정의학과·안과 등도 인기다. 하지만 마땅히 권할 만한 비급여 진료가 부족해 수익이 적고 일은 고된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은 의사가 갈수록 줄어드는 형편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비인기 진료과도 저수익 탈출을 위해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비급여 치료를 늘려가는 추세"라며 “비급여 가이드라인을 통해 실손보험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특정 진료과 의사 쏠림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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