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국제 무대에서 여러 번 부딪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혹평했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조만간 출판될 회고록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첫 번째 임기 당시 경험담을 공개하면서 “부동산 개발 업자의 눈으로 세상만사를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특정 지역의 개발 허가를 받을 기회는 단 한번뿐이고 자신이 그 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경쟁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트럼프의 세상에서 모든 국가는 경쟁 관계이고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실패를 의미한다”며 “트럼프는 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개념 자체를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퇴임 전까지 16년간 독일을 이끌었던 메르켈 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4년 내내 불편한 관계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취임 이후 백악관 집무실을 처음 방문한 메르켈 전 총리의 악수 요청을 무시할 정도로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회고록에서 메르켈 전 총리는 당시의 느낌도 소개했다. 그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그날 회담을 통해 내릴 수 있었던 결론은 국제사회가 트럼프의 협력을 받아 함께 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회담 중에도 메르켈 전 총리의 발언 가운데 새로운 시빗거리를 찾으려고 할 때만 귀를 기울였을 뿐 대화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감정적으로 행동했다고 메르켈 전 총리는 회상했다.
이와 함께 메르켈 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깊은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면서 “푸틴에 대해 상당히 매료된 상태라는 점이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는 전제적이고 독재적인 지도자들에게 끌린다는 인상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