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의 반독점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미국 법무부가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의 매각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글이 인터넷 접속 통로인 브라우저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검색엔진·광고 시장 내 장악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0일(현지 시간) 미 법무부는 올 9월 반독점 소송 승소에 대한 실행 조치 방안으로 구글에 크롬 매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검색엔진과 브라우저를 분리해야만 시장에서의 건강한 경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시장조사 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구글은 올 10월 기준 글로벌 검색 시장의 89.34%를, 웹브라우저 시장의 66.65%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법무부의 크롬 매각 제안은 ‘구형’에 가깝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년 8월까지 내려지는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구글에 대한 조치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재판도 1심인 만큼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이번 요구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구글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법무부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나 광고사업부 매각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광고 시장은 구글 매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반면 크롬 브라우저는 ‘인프라’에 가까워 법무부가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았다는 평가도 따른다.
최종 판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에 나오는 만큼 재판 과정에서 정부의 판단이 개입할 여지도 적지 않다. 트럼프는 9월 구글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기소하겠다고 분노했다가 한 달 뒤 구글 해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바꿨다. 매각 현실성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에서는 덩치가 큰 크롬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