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배정해놓고도 아직까지 지급하지 못한 반도체 보조금과 친환경 대출 지원 등을 기업들에 내주기 위해 막판 속도전에 나섰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지급 대상에 해당된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주요 정책이 무력화할 수 있는 만큼 남은 두 달간 총력전을 펼쳐 정책을 되돌릴 수 없게 못 박으려는 행보로 읽힌다.
20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대규모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액 중 지금까지 지급을 마무리하지 못한 250억 달러의 보류 대출을 내년 1월 20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매듭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부의 대출 프로그램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선제 투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정책으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도 2010년 4억 6500만 달러를 대출받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동안 29개 프로젝트에 대해 약 370억 달러의 대출을 발표했지만 올 11월 현재 마무리된 프로젝트는 12개, 약 120억 달러 규모에 그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에너지부 대출프로그램사무소(LPO)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까지 16개 프로젝트, 250억 달러 대출을 처리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SK온과 포드가 합작한 블루오벌SK가 켄터키와 테네시에 배터리 공장 3개를 짓는 프로젝트도 포함된다. 맬러리 쿡 블루오벌SK 대변인은 “에너지부와 최종 대출 승인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절차를 마무리한 뒤 세부 사항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친환경 에너지 대출 정책은 존립 여부가 불투명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로드맵인 ‘프로젝트 2025’에는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최종적으로 대출 담당 조직을 폐쇄하는 구상이 담겨 있다. 트럼프가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CEO는 기후위기론을 부정하는 ‘화석연료 전도사’로 유명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도 서두르고 있다. 미 상무부는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에 따라 기업들에 390억 달러를 배정했으나 이 중 약 300억 달러는 아직 협상 중에 있다. 대만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는 이미 협상을 마쳤고 삼성전자와 인텔·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이 계약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우리가 떠나는 시점까지 약정된 거의 모든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를 위해 최근 직원들에게 주말에도 일할 것을 지시하고 CEO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 보조금 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대담에서 “반도체 보조금은 너무 나쁘다.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10센트도 주지 않고 관세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