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추경’ 애드벌룬, 선심정책 경계하고 경제 활성화 물꼬 터야


대통령실 일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 목표인 ‘양극화 타개’와 내수 부진 대응 등을 위한 새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이 거론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편성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추경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고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추경 편성에 대한 논의와 검토·결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그동안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야권의 추경 요구를 거부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실 일부의 추경 편성론은 재정 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내수 부진에 따른 민생 불안이 계속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책 노선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의 ‘다중 위기’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긴축재정에 매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경기 침체를 막으려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재정 확대도 검토해볼 만하다. 하지만 국회에서 내년도 본예산 심의가 한창인데 추경 군불을 때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힘도 “현시점에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의 사유를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의 발생·증가에 국한한다. 앞으로 ‘트럼프 쇼크’ 극대화로 경기 침체가 심각할 경우 추경 편성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의 추경 언급은 정책 신뢰도를 약화시키게 된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정부가 추경을 포함한 확장재정으로 방향을 트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재정 확대가 무분별한 ‘돈 뿌리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나라 살림 적자가 90조 원을 웃도는 등 재정 건전성이 위태로운데 정책 효과가 미미한 부양책에 재정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우선 국회가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선심성 예산을 걷어내고 전략산업 지원과 신성장 동력 점화에 예산을 적극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득이 추경이 필요할 경우 선별적 핀셋 지원을 해야 한다. 재정 투입 효과와 물가, 국가신인도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정교한 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