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상위 10%가 가계 순자산 43.5%…커지는 자산 격차

개미 투자자 확대에 주식·채권 격차 줄었지만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 넘어

전국 아파트 33% 오를때 강남은 57% ↑

부동산 대책 없이는 자산격차 못줄여

서울 중구 남산에서 18일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중구 남산에서 18일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국정 키워드로 들고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각자 국가 발전에 열심히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통합위원회에 양극화의 원인 파악을 주문했다.



경제 양극화는 오래된 이슈다. 당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대규모 유동성과 아파트 같은 자산 급등락에 부자세와 경제민주화가 논의 대상이 됐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또 한번 사회적 문제가 됐고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양적완화로 자산 불평등이 심해졌다. 정규·비정규직과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코로나19를 전후해 치솟은 강남 집값이 국내 자산 양극화의 핵심 원인이며 미국 주식 같은 고수익 투자처가 넓어진 것이 금융자산 격차를 그나마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2012~2023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금융위기 이후인 2012년 46.1%였던 순자산 기준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자산-부채) 비중이 2017년(41.8%)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3.3%를 거쳐 지난해에는 43.5%로 큰 틀의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순자산 하위 10%는 -0.2%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다. 하위 40%로 범위를 확대하면 2017년 6%에서 지난해 5.2%로 되레 하락했다.



금액으로 보면 순자산 상위 10%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012년 12억 4005만 원에서 지난해 18억 9084만 원으로 10년 새 1.5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하위 10% 가구의 순자산은 –1015만 원에서 –728만 원으로 적자 폭을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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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격차의 주범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지난해 기준 전체 가계 자산의 71.5%를 차지한다. 본지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순자산 상위 10%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금액은 평균 약 16억 9000만 원으로 하위 10%의 263배에 달한다. 순자산 하위 41~50%와 비교해도 11배 많다.

이는 KB부동산 시세에서도 드러난다. 상위 10%의 순자산 점유율이 하락한 2012년부터 2016년 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9.2% 오른 반면 서울 강남구는 6.9%, 한강 남쪽 11개 구는 5.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상위 10%의 비중이 높아진 2017년부터 2022년 말을 보면 전국이 32.8% 오를 때 강남구는 56.9%, 강남 11개 구는 57.7% 폭등했다. 지난해 집값이 떨어질 때도 강남은 -2%, 11개 구는 -4.6%였는데 전국은 -6.7%로 내림 폭이 더 컸다.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급등은 자산 양극화의 핵심 원인”이라며 “집값 상승으로 소득·자산 불평등은 물론이고 지역별 격차까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개인투자자들이 신규 유입되면서 자산 불평등도가 명목상 떨어지는 효과가 일부 있었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순자산 10분위와 1분위 간 주식·채권·펀드 재산 격차는 2019년 820.9배에서 2020년에는 432.3배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216.5배로 감소했다. 10분위와 5분위 간 격차는 2019년 34.7배에서 2023년 18.5배로 좁혀졌다.

2020년대 들어 ‘동학개미’나 ‘서학개미’ 같은 유행어가 퍼질 정도로 국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20~30대 가구에서 금융투자 자산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가구주가 20대 이하인 가구의 주식·채권·펀드 자산은 516만 원으로 2019년(133만 원)보다 3.9배 늘었다. 가구주가 50대 이상인 경우 40%대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다만 이는 국내 자본시장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밸류업 정책이 정체돼 있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에서 빠져나와 국내 증시와 산업에 들어가고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을 누려야 하는데 이 같은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결국 부동산·자본시장 정책 방향에 따라 자산 양극화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은 저소득층의 부동산 자산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조각투자 활성화 같은 대책도 염두에 둘 만하다”고 말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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