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말투가 호모 같은데? 좀 맞자"…클럽 앞 집단폭행, 결국 숨진 24세 男

배심원단 유죄 평결

검찰, 징역 최대 27년 구형

지난 21년 7월 5일(현지시간) 사무엘 루이스(24)의 죽음에 분노한 군중이 스페인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지난 21년 7월 5일(현지시간) 사무엘 루이스(24)의 죽음에 분노한 군중이 스페인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스페인 전역을 들끓게 한 ‘동성애 혐오 살인’ 사건의 가해 남성 4명이 24일(현지시간)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일간 엘파이스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사건 피해자인 간호 조무사 사무엘 루이스는 지난 2021년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 아코루냐(라코루냐)의 나이트클럽 밖에서 한 무리의 청년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스페인에서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배심제도가 확립된 아래 가장 긴 심의를 거친 사건 중 하나가 됐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5명 중 4명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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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자인 디에고 몬타냐와 알레한드로 프레이레, 카이오 아마랄은 가중 살인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아마랄의 경우,범행 당일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강도 혐의가 추가됐다. 알레한드로 미게스는 살인 공모 혐의 유죄였다. 함께 기소된 유일한 여성인 몬타냐의 여자친구 케이티 실바만이 무죄 평결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몬타냐 등이 피해자인 루이스의 말투와 옷차림 등을 따져 그가 게이라고 판단한 뒤, 그에게 ‘마리콘’(maricón·여자 같은 남자 또는 남성 동성애자 비하 표현으로 우리말로는 ‘호모’ 정도의 뜻) 등 동성애 혐오적인 말을 퍼부었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이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실바의 경우 남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배심원단은 인식했다.

피고인 측은 유죄 평결 후 항소 의지를 밝혔다. 프레이레의 변호사는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음주·마약 복용 등 경감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하겠다고 전했다.

주범인 몬타냐는 이날 재판 마무리 단계에서 10분의 시간을 할애해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는 “루이스의 가족들에게 사과한다. 이 모든 일은 나 때문에 시작됐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폭행 사건이 루이스의 죽음을 직접 초래한 것은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프레이레도 "자신이 루이스를 땅바닥에 던진 것인 인정"한다면서도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루이스가 나 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스페인 검찰은 루이스가 당한 무자비한 폭행에 대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사냥”이라고 표현했다.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고 추격당하다 결국 붙잡혀서 쓰러지고 말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13년에서 27년을 구형했다.


김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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