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에서 자회사 형태로 독립 스튜디오를 설립해 여러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는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다. 대형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하면서 소수의 작품 개발에 집중하는 옛 방식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시장에 대응하기 힘든데다 슬림한 조직인 독립 스튜디오를 통해 창의적인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해서다.
2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036570)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요 개발 게임별로 독립 스튜디오 3곳을 비상장 법인으로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쓰론앤리버티(TL)’ 개발팀이 주축이 되는 스튜디오엑스를 비롯해 스튜디오지(택탄), 스튜디오와이(LLL) 등이 분사한다. 별도 스튜디오에서 각자 맡은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스튜디오가 게임 개발을 전담하고 엔씨소프트는 운영 지원 등을 맡는다.
엔씨소프트의 합류로 국내 대형 게임사 대부분은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넥슨은 4월 ‘데이브 더 다이버’ 개발사인 민트로켓을 독립 스튜디오로 분리했다. 이외에도 넥슨게임즈(225570), 네오플, 니트로스튜디오 등 산하 스튜디오가 독자적으로 게임 개발을 하고 있다.
크래프톤(259960)은 독립 스튜디오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게임사다. 크래프톤은 펍지, 블루홀, 라이징윙스, 드림모션, 5민랩, 언노운월즈 등 12개에 달하는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인공지능(AI)을 게임 개발에 전면 적용하는 렐루게임즈처럼 새로운 시도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넷마블(251270)네오·넷마블넥서스 등을 자회사로 둔 넷마블과 웹젠(069080)메가스톤·웹젠넥스트 등을 통해 IP 개발을 하고 있는 웹젠 등도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펄어비스, 시프트업 등 여전히 전사 역량을 한 게임에 집중해 개발하는 곳들도 있지만 신작 실패 시 리스크가 크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게임사들이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변화하는 게임 시장 환경 속에서 순차적인 개발 방식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게임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도 커지고 있는데 리소스를 하나의 게임에 투입했다가 실패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미칠 수 있다. IP와 플랫폼을 다양화하면서 매출원을 확대화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각각의 스튜디오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게임을 개발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독립 스튜디오 체제는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을 지급해 개발자들의 경쟁 의욕을 부추기고 대규모 예산 투입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다만 여러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데 따른 관리의 복잡성이 커지고, 자원 분배가 균등하지 않으면 스튜디오 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게임의 성패에 따라 스튜디오가 통째로 폐쇄될 수 있어 고용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게임사인 EA의 경우 우수한 개발 스튜디오를 흡수한 뒤 손쉽게 내치는 행태로 업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경영실적 악화 속에서 분사 결정이 이뤄진 탓에 스튜디오 분사가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본사가 비대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독립 스튜디오 체제가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도 “단순한 자회사 설립이 아니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모기업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