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판사 우리 손으로 직접 뽑겠다"…대국민 투표로 열린 '판사 오디션' 경쟁률 무려

멕시코 '판사 직선제' 개헌

880명 선출에 1만 8000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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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정치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년 법관 전원을 국민이 직접 뽑는 멕시코 법관 선거에 1만8000여 명이 지원했다. 법관 선거가 과열되면서 여당과 여론 눈치 보기가 심해져 사법부의 독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멕시코 대법원장을 지낸 아르투로 살디바르 대통령 정책실장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880여명을 선출하는 판사 선거에 출마를 신청한 1만8447명이 온라인 등록을 마쳤다"며 "다음 달 14일까지 후보자 적격 심사를 거친 뒤 별도 평가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를 추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후보 신청 규모는) 놀랍도록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고, 이는 멕시코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 역시 역사적인 일이며 완전한 성공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9명으로 구성될 대법원의 경우 480명이 대법관 후보자로 지원했다고 멕시코 대통령실은 부연했다. 경쟁률이 50 대 1을 넘어선 셈이다.

앞서 멕시코에선 각고의 노력 끝에 국내 모든 법관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를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대법관 정원 감축(11명→9명), 대법관 임기 단축(15→12년), 대법관 종신 연금 폐지, 법관 보수의 대통령 급여 상한선 초과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이 이뤄졌다.



AP통신은 사법부 내 법관을 모두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 나라는 사실상 멕시코가 처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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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선거에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법학 학위를 포함해, 3.2 이상의 학점 평균, 5년 이상의 전문 경력, 이웃이나 친구의 추천서 5통이 필요하다. 그러나 후보로 신청한 이들이 적격 평가를 받더라도 모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종 선발 과정에서 운도 따라야 한다.

후보자 모집이 종료되면 소관 위원회가 한 달 남짓한 기간 후보자들의 이력서를 검토해 881명의 판사직과 9개의 대법관 자리에 대한 후보자를 각각 10명 이하로 압축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선별된 후보자 중 무작위로 선택된 1793명의 이름이 내년 6월 1일 투표용지에 최종 등재된다.

앞서 멕시코 상원은 무작위 제비뽑기 방식으로 내년 선거를 치를 법원 대상지를 선정했다. 나머지 지역 법관은 2027년께 선거를 통해 선출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정부를 비롯한 여당 지지자들은 직선제로 뽑힌 판사들이 그간 멕시코 사법당국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인척주의·부패·비효율을 개혁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법원 직원들과 법학자 등 반대론자들은 판결이 여론과 여당 입김에 휘둘리게 돼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금력을 동원한 카르텔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민 단체 '정의를 위한 재단'의 세르지오 멘데스 실바 법률 코디네이터는 "우리는 의사나 외과 의사를 뽑을 때 기술 전문성, 능력, 지식을 기준으로 삼지 인기 투표로 뽑지 않는다"며 "이는 판사를 뽑을 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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