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북한이 향후 수년 내에 300~500개의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북 정상회담 추진 관련 보도 직후인 27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량) 핵무기 개발은 한국과 미국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엇보다 베넷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수
십 년에 걸친 장기적 목표일 뿐 사실상 무산된 셈”이라고 잘라 말했다. CVID는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정의한 비핵화 개념으로 2018~2019년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일관되게 요구한 것이다.
베넷 연구원은 “이런 배경에서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미국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당 정강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정강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삭제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를 포기하고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며 관련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한국에서 나왔지만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부인한 바 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대량생산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므로 적어도 핵무기 생산 프로그램의 일부를 동결하는 등 실현 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실론을 폈다.
그는 트럼프와 김 위원장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이 조기에 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베넷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정상회담 후 트럼프에게 격노했다”며 “정상회담을 추진한 북한의 많은 관료들이 큰 대가를 치렀다. 김 위원장을 약하게 보이게 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사전에 통 큰 양보를 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만날 가능성은 낮다”며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그런 양보를 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 인권 문제 등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가 김 위원장에게 화끈한 선물을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의미다.
베넷 연구원은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결국 실패한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가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트럼프는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결국 미북 간 대등한 합의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베넷 연구원은 현실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미가 치밀한 ‘정보 작전(information operation)’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보 작전이란 북한에 대한 전술적 정보 수집과 체제 우위를 전파하는 선전술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21년 K팝을 ‘악성 암(vicious cancer)’이라고 부르며 북한 내 한류가 확산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정보 작전은 북한 체제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 데도 한미가 효용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게 베넷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북한 엘리트층의 자제들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고 김 위원장은 엘리트의 잠재적인 반발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북한 내부가 상당히 불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하루 빨리 치밀한 정보 작전을 수립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