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36% 교체, 임원 13% 축소…'리빌딩' 나선 위기의 롯데 [biz-플러스]

화학군서만 10명 '역대최대 인사'

그룹 쇄신 속도…3세 경영도 시동

전략통 노준형 지주사 사장 승진

구조조정·경영체질 혁신 지휘봉

실적 부진 화학 등 새 인물 기용

호텔도 3개 사업부 대표 전원교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는 칼을 빼들었다. 계열사들 중 실적 부진이 가장 뚜렷한 화학군에서만 10명이 짐을 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신유열(38)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전무)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롯데는 28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리빌딩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롯데그룹 전체 CEO 가운데 36%가 교체됐고 임원 규모도 지난해 말 대비 13% 줄어드는 등 역대 최대의 임원인사다. 회사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그룹 전반의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오너가 3세인 신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이다. 그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했다. 롯데는 “(신 부사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라며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 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사진제공=롯데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사진제공=롯데


이번 인사의 핵심으로는 신유열 전무의 승진과 함께 그룹 전략·기획 전문가인 노준형(56)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사장)의 등장이 꼽힌다. 신 부사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역할이라면 노 사장은 그룹 내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는 조타수 격이다. 2002년 롯데이노베이트(286940)(옛 롯데정보통신)에 입사한 노 사장은 메타버스·자율주행 등 신사업을 주도했고 경영지원부문장·전략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회사 재무 사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사업지원실을 통합해 규모가 커진 경영혁신실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 구조조정과 혁심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노 사장은 그룹 사업 역량을 제고하고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사장), 사진제공=롯데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사장), 사진제공=롯데



화학과 호텔사업부은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다.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된 것이 특징이다. 이영준(59) 롯데케미칼(011170) 첨단소재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기존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일선에서 용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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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기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했던 일부 인수합병(M&A)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준 신임 사장은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책임진다. 화학군 총괄 대표가 기초소재 대표까지 겸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사장). 사진제공=롯데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사장). 사진제공=롯데


이영준 사장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에는 황민재(53)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이 내정됐다. 롯데정밀화학(004000)㈜ 대표에는 정승원(55) 부사장,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에는 성규철(53) 상무가 각각 발탁됐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했다”며 “특히 60대 이상 임원은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했다.

호텔롯데는 롯데호텔·롯데면세점·롯데월드 등 법인 내 3개 사업부 대표이사를 전부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58) 부사장은 호텔롯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경영 리스크 전문가인 정 신임 대표는 수익성 중심 경영을 중시해왔다. 취임 이후 호텔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위탁 운영 전략을 본격화해 리스크를 관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호텔 뿐 아니라 롯데월드·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호텔롯데를 재건하는 임무가 맡겨졌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52)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롯데월드는 권오상(55)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됐다. 김 대표는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권 대표는 12년간 롯데월드의 전략·신사업·마케팅·개발 등을 책임져온 테마파크 전문가다.

정호석 호텔롯데 대표이사(부사장). 사진제공=롯데정호석 호텔롯데 대표이사(부사장). 사진제공=롯데


이번 인사에서는 전문성이 검증된 1970년대 기수들이 12명이나 CEO 직함을 달았다. 김경엽(52) 롯데이노베이트 김경엽 대표이사, 박경선(52) 롯데엠시시 대표이사, 장선표(52) LC Titan 대표이사, 최준영(51) 아사히 대표이사, 윤원주(50)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소장, 김승욱(50) 롯데벤처스 대표이사 등이다. 롯데 관계자는 “젊은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다양성에 전략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편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과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및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는 유임됐다. 이 부회장은 위기 관리를 총괄하며 그룹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식품군과 유통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 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유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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