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의 비대면 진료 처방이 제한된다. 비만 치료제가 비대면 진료로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오남용 우려가 크게 제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달 15일 국내 출시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던 위고비의 처방에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11월 7일자 20면 참조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2일부터 비만 치료제를 비대면 진료 시 처방금지 의약품 대상에 추가한다고 29일 밝혔다. 비대면 진료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완화 차원에서 2월 23일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한시적 전면 허용된 상태다. 앞으로 비대면 진료로는 비만 치료제를 처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전문가, 의·약단체, 소비자·환자단체, 플랫폼 업계 등 의견을 수렴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용했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는 지난달 15일 출시됐다. 부작용도 상당해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고도비만 환자 혹은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상혈당증 등 동반 질환을 1개 이상 앓는 비만 환자에게만 처방 가능하다. 식약처는 위고비를 비롯한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 주사제에 대해 “비만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에만 의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위고비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구토·설사·변비·담석증·모발손실·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탈수로 인한 신장 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 당뇨 합병증인 저혈당·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지난해 7월 아이슬란드 의약품청은 위고비의 자살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고비가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면서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BMI와 무관하게 정상체중이나 저체중임에도 처방 받았다는 사례가 온라인상에서 끊이지 않았다. 인터넷 등을 통한 불법 유통도 횡행해 식약처는 10·11월 단속으로 불법 판매와 광고 게시물 359건을 적발했다.
이번에 비대면 진료 처방이 제한되는 비만 치료제는 위고비와 같은 세마글루티드 함유 제제를 비롯해 리라글루티드, 터제파타이드(이상 비만 치료에 한함), 오르리스타트, 부프로피온염산염 및 날트렉손 염산염(복합제) 함유 제제다. 잘 알려진 다른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 제니칼 등도 포함된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관련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지침상 비대면 진료로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과 사후피임약, 그 외 오남용 우려의약품으로 지정된 약품은 처방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비만 치료제를 추가하는 것이다. 다만 다음 달 15일까지는 계도 기간을 둬 제도 변경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전문가·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비만 환자들을 위한 별도의 비대면 진료 제공 모형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위고비 판매사인 한국 노보노디스크는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비만 치료제는 의료 전문가 처방하에 올바른 경로로 제공돼야 할 전문의약품”이라며 “이번 조치로 자사 비만 치료제로 치료받던 환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 혜택을 지속적으로 얻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