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인수합병(M&A)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입니다. 금리 하락과 미국 대선 불확실성 해소로 2026~2027년까지 M&A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폴 디자코모 BDA파트너스 글로벌 사모펀드(PEF) 부문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BDA파트너스 서울사무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국내 주요 LP(기관투자자)와 GP(운용사) 6~7곳을 만나며 한국 M&A 시장 분위기를 살폈다.
디자코모 대표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시장이 부진했으나, 하반기 들어 연간 거래의 75%가 집중될 만큼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회복의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PEF들의 드라이파우더(미집행약정액) 증가다. 둘째는 금리 하락 추세다. 마지막으로 미국 등 주요국 선거 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높은 이자 부담으로 자금 집행을 하지 못했던 PEF들이 쌓아둔 드라이파우더를 풀어내는 데만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의 해외 자산 매각과 카브아웃(사업부문 분사)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가 인도 법인 두산파워시스템즈인디아(DPSI)를 현지 부동산업체 카사그란드(Casagrand Builder)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디자코모 대표는 “대기업의 1차 구조조정 대상은 해외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는 본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PEF가 선호하는 매물의 기준도 제시했다. 디자코모 대표는 “기존 모회사와의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 매출이 보장되는 자산이나, 대기업 편입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인건비·브랜드 사용료를 절감할 수 있는 자산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위축된 사업을 PEF가 인수해 약간의 개편만으로도 외형 성장이나 마진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급속도로 높일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며 “폐기물 산업이 PEF 주도로 업체간 통합이 이뤄진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약 개발처럼 고위험 산업이나 2차전지 등 정책 불확실성이 큰 산업은 선호도가 낮다는 판단이다.
최근 PEF간 거래가 늘어난 데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디자코모 대표는 “SI(전략적 투자자)는 반도체, 2차전지 등 주요 산업 침체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현금 보유 및 자산 유동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SI가 호황기에 접어들면 PEF와의 거래가 늘어나는 등 양측이 공생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러한 P2P(PEF간 거래) 형태는 주로 해외 PEF가 로컬 PEF에게 매각하거나, 로컬 PEF가 해외 PEF에게 매각하는 형태로 LP가 겹치지 않는 거래가 많이 성사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PEF의 해외 자금 유치 전략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디자코모 대표는 “대부분의 GP가 해외 LP 유치를 원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세컨더리 딜이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해외 LP와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향후 유망 분야로는 소프트웨어와 환경 관련 산업, K-푸드, K-뷰티를 꼽았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SI가 주로 관심을 보이던 소프트웨어 분야에 이제는 PEF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IT 이해도가 높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소프트웨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 첨단 소재 기업들도 주목받을 것”이라며 “수처리, 기후 등 순환경제 관련 산업도 유망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