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리아 내전 재점화…이란·러 비호 ‘아사드 정권’ 붕괴 위기

반군 8년만에 제2도시 알레포 점령

정부군 저항없이 물러나 후일 도모

아사드 대통령 "테러에 맞서겠다"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를 반군이 점령한 가운데 반군 지지자들이 시리아 정부군 탱크 위에 서서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를 반군이 점령한 가운데 반군 지지자들이 시리아 정부군 탱크 위에 서서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반군이 제2의 도시 알레포를 8년 만에 다시 점령하는 데 성공하면서 장기 집권 중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장기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란과 러시아로부터 시리아 정부가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틈 타 반군이 공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11월 30일(현지 시간) 알레포 대부분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반군이 지난달 27일 기습 공세에 나선 지 사흘 만이다. 이날 공격으로 지금까지 민간인 20명을 포함해 총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수는 러시아 공군이 반군을 겨냥한 공습에 나서면서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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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가 반군에 의해 장악된 뒤 도시 곳곳에서는 아사드 대통령 동상과 현수막이 철거되고 시리아 반정부 깃발이 걸렸다. 반군이 점령한 알레포 지역에서는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반군은 오후 5시부터 24시간 통행 금지를 선포하고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반군이 정부 기관과 교도소, 국제공항까지 장악했다”며 “반군은 인근 도시 하마에도 진격해 수십 개의 마을을 점령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사드 정부가 ‘아랍의 봄’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5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 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번에 공격을 벌인 이스람주의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세력과 함께 공격에 나선 전해졌다. HTS는 2011년 설립된 알카에다 계열 조직인 ‘알 누스라 전선’이 전신으로 현재 알카에다와 관계를 정리한 상태다. 이들은 시리아 내전 이후 북서부 이들리브주를 점령한 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의 공격에 아무런 저항 없이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리아 정부는 일단 알레포에서 철수한 뒤 추후 반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모든 테러리스트와 지지자들에 맞서 시리아 안정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겠다”며 “동맹국과 우방국의 도움으로 테러 공격이 아무리 강렬하더라도 그들을 패배시키고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동맹국인 이란과 러시아의 추가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리아 내전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에 대해 아사드 대통령 통치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인 동시에 최근 몇 년간 시리아에서 벌어진 가장 치열한 공격이라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앤드루 태블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지각변동’이라고 평가하면서 “중동 강국, 글로벌 강국이 10년 넘게 시리아에 개입해오다가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레바논에서 전쟁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알레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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