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백신 개발이 사실상 성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위니 비아니마 유엔 에이즈계획(UNAIDS) 사무총장은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하며 미 제약회사 길리어드가 새로 개발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 백신을 환영했다. 다만 에이즈 위험에 처한 나라들에서 이 백신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1년에 2번 접종해야 하는 레나카파비르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예방했으며, 남성에게도 거의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지난달 27일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다. 비아니마 사무총장은 “이는 우리가 가진 다른 어떤 예방 방법보다 훨씬 우수하다”며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UNAIDS는 지난해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를 약 63만 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2004년 정점을 찍은 후 가장 낮은 수치로, 세계가 현재 “역사적 갈림길”에 있으며 전염병을 종식시킬 기회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UNAIDS는 덧붙였다.
현재로선 콘돔, 매일 복용하는 알약, 질 링, 2달에 1번씩 맞는 주사 등을 통해 에이즈 감염 예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년에 2번 맞는 레나카파비르가 치료받기를 두려워하는 소외 계층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길리어드는 “가장 필요한 곳에서 HIV 예방 및 치료 옵션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나카파비르는 이미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선렌카’라는 브랜드명으로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선렌카 치료를 위한 연간 비용은 4만 달러(약 5586만 원)가 넘지만, 전문가들은 복제약 생산이 1000만 명분으로 확대되면 40달러(약 5만5860원)에 생산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길리어드는 HIV 감염률이 높은 120개국에 저렴한 복제약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염률은 훨씬 낮지만 급증하고 있는 남미 지역이 복제약 판매 허용 대상국가에서 제외돼 에이즈를 막을 중요한 기회를 놓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페루,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칠레,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 15개 남미 국가 옹호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길리어드에 레나카파비르에 대한 접근성이 지나치게 불평등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남미 국가들에서도 복제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남아공 콰줄루나탈 대학의 에이즈 전문가인 살림 압둘카림 박사는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약물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