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가상자산 과세, 우리는 준비돼 있나?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미국 대선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과세 문제가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가상자산의 특성상 그 과세 방식과 기준에 대해 각국의 법제와 정책이 상이하다.



가상자산 과세는 투자 이익, 보유 자산, 거래, 그리고 기타 경제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관련해 다양한 법적,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가상자산 과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한다면 여러 과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과연 과세를 위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전통적인 금융 자산과는 다른 특성으로 인해 법적·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으며, 단순히 매도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를 넘어 유형별 과세 적용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가상자산 매도 차익 외에도 채굴로 발생하는 수익은 사업 소득이나 기타 소득으로 간주되어 과세된다. 채굴 수익은 채굴 과정에서 생성된 가상자산의 시장 가치뿐 아니라 채굴에 소요된 전기료, 장비 비용 등 실제 비용을 공제한 후 최종적으로 산정된다.

또 채굴이나 취득 방식에 따라 과세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별 채굴자와 공동으로 참여한 사람 간의 수익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세법 적용이 필요하다. 공동으로 참여한 사람은 자신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받은 수익을 소득으로 신고해야 하며, 공동 운영자는 운영 수수료를 사업 소득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와 유사하게 스테이킹과 대출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도 과세 대상이다. 스테이킹 풀 운영자는 수수료로 얻은 수익을 사업 소득으로 신고해야 하고, 참여자는 보상으로 받은 가상자산에서 운영 수수료를 제외한 순수익을 기타 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참여자와 운영자 간의 과세 기준이 달라지는 복잡한 세법 체계를 요구한다.

에어드롭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도 과세가 필요한 주요 사례다. 에어드롭으로 지급된 가상자산은 지급 시점의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소득으로 간주된다. 이후 해당 자산을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이는 에어드롭이 단순히 한 번의 소득 발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거래에 따라 반복적으로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다양한 과세 사례는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세법 규정을 마련하고, 그 적용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세 당국이 이러한 다양한 수익 유형을 포괄할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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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에는 기존 세법 체계로 다루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의 유동성 제공 수익, NFT 민팅과 판매, 해외 거래소 계좌 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워시 세일, 플래시 론, 러그 풀 같은 거래 방식은 자금 세탁과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규제와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 지갑을 활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행태는 과세 당국이 규제하기 어렵다. 블록체인의 익명성과 탈중앙화라는 특성은 거래를 추적하고 소득을 파악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발생한다.

가상자산 과세에는 국제적 협력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해외 가상자산 기업이나 서비스 제공자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디지털 서비스세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국외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나 특정 외국 법인의 유보소득 합산과세제도(CFC) 규정을 통한 과세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춘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과세 당국이 이러한 국제적 조화를 이루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과 국가 간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CARF)을 위해 각국의 국내법을 2027년까지 정비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자산 과세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준비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다양한 가상자산 수익 유형에 대한 세법 해석과 명확한 과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납세자와 과세 당국 모두 혼란 없이 세금 신고와 부과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신고 시스템을 디지털화해 가상자산 거래를 추적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국제적인 협력도 필수적이다. 해외 거래소와의 정보 교환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탈세 방지와 더불어 글로벌 과세 환경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납세자들이 과세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신고 절차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준비가 갖추어질 때 가상자산 과세는 실효성을 확보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가상자산의 다양한 거래 유형과 수익 구조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 채굴,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 거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가상자산 거래나 취득에 대해 과세가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과 신고 절차가 명확히 정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1년 단위로 과세하고 전년도 결손분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가상자산 과세는 법적, 기술적, 국제적 과제가 얽힌 복잡한 문제로, 단순히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과세 당국의 준비 수준으로는 과세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과세 체계의 신뢰를 확보하고 공정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행 전 충분한 준비와 국민적 합의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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