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꽉 찬 국내 도크…K조선 동남아에 '제2 거점' 키운다

HD현대, 베트남 캐파 23척으로

한화오션은 다이나맥 인수 매듭

빅3 국내 가동률 100% 안팎 달해

인건비 낮은 동남아서 역량 강화

中과 수주 경쟁서도 유리한 고지

HD현대베트남조선(HVS) 야드 전경. 사진 제공=HD현대HD현대베트남조선(HVS) 야드 전경. 사진 제공=HD현대




전성기를 맞이한 국내 조선사들이 동남아시아를 제2의 ‘생산 기지’로 삼고 시설 투자,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신조 수요 증가로 국내 조선소의 도크가 완전 가동 중인 만큼 상대적으로 사업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동남아에서 추가 생산 여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미포는 베트남 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을 현재 연 15척에서 2030년 23척으로 50% 가까이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생산 설비 확장 및 공정 개선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에 공식 요청을 최근 마무리했다. 연간 1.5척씩 추가 건조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베트남 중부 카인호아성에 위치한 사업장은 현재 99만 2000㎡(약 30만 평) 부지에 40만 톤급 도크 1기와 10만 톤급 도크 1기, 1.4㎞의 안벽이 있다. HD현대미포는 베트남에서의 캐파 확대를 통해 상선 수주 잔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을 집중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도 필리핀의 수비크 조선소를 임대해 활용한다. 회사는 이곳에서 선박 건조를 위한 블록과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을 생산한다. 해외 선박 유지·보수·운영(MRO) 등 사업 확대를 위한 거점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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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마닐라 북서쪽으로 110㎞ 떨어진 수비크만에 자리한 수비크 조선소는 2006년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이 조성했지만 2019년 세계 조선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9년 당시) 수비크 조선소 파산은 2010년대 조선 업황의 불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이곳에 국내 조선사가 다시 진출한 것은 조선업 호황이 사이클에 올랐다는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나맥이 제조한 해상플랜트. 사진 제공=한화그룹다이나맥이 제조한 해상플랜트. 사진 제공=한화그룹


한화오션은 싱가포르로 진출해 해양플랜트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달 초 해양설비 상부 구조물 전문회사 ‘다이나맥’의 지분 95.15% 인수를 마무리했다. 국내에서 부족한 해양설비 부지를 동남아와의 ‘멀티 야드’를 통해 해결할 계획을 세웠다. 거제사업장에서 해양설비 선체를 제작하고 다이나맥에서 생산한 상부 구조물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한화오션은 이번 인수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발주 확대에도 나선다. 삼성중공업도 국내에서 설계한 선박을 중국에 이어 동남아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들이 동남아에 지속적인 투자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은 국내에 위치한 사업장의 생산 능력이 포화된 탓이다. 급증하는 조선·해양 수요에 맞춰 건조를 위해 필요한 부지·인력 등을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동남아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조선소들은 100% 안팎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2년 전만 해도 60~70%대의 가동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모두 90%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또 다른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삼호는 116.0%에 육박한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올해 각각 99.8%, 110%의 가동률을 기록하며 빈 도크 없이 건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 진출로 조선사들이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이 늘면 중국과의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수주를 확보할 여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기존 물량의 납기 능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는 조선 인프라 부족, 인구 고령화 등으로 생산 능력이 현재보다 더 높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선사들이 앞으로도 동남아에서의 꾸준한 투자를 할 경우 현지 인력 규모도 커지고 각자의 숙련도도 높아지며 진정한 제2의 생산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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