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똥이 돈되는 시대…“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성과 내려면 규제 풀어야”

질병관리청·국립보건연구원, 3일 심포지엄 개최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 관련

다학제 차원의 연구협력·빅데이터 활용 방안 논의

사진 제공=질병관리청사진 제공=질병관리청




“샘플 채취부터 DNA 추출, 시퀀싱, 데이터 저장 및 분석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구축되지 않으면 상업화 성과가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



김병용 종근당(185750)바이오 연구소장은 3일 서울 노보텔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열린 ‘2024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성과가 나오려면 분야별 특수 요구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데이터베이스가 강화돼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소장은 종근당건강의 대표 유산균 브랜드 '락토핏'을 키운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밥(NGS)을 활용한 유전체 기반 유산균 분류 동정 기술을 개발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품질관리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과 연계해 개인별 장내균총에 적합한 유산균을 배합한 신제품 ‘락토핏 솔루션’ 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은 아직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꼽힌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치료제에 미치지 못한 채 건강기능식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시장에 나온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2종에 불과하다. 스위스 리바이오틱스가 개발한 '레비요타(Rebyota)'가 지난 2022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포문을 열었고,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세계 최초로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Vowst)'의 허가 받았을 뿐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뜻하는 마이크로브(microbe)와 생태계를 뜻하는 바이옴(biome)의 합성어로, 우리 몸속에 사는 미생물 집단을 말한다. 건강한 성인의 대변에서 채취한 장내 세균을 정제한 약품으로 환자의 장내 세균 조성이 유익하게 바꿔줌으로써 장염을 낫게 하는 원리다. 다만 두 약 모두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재발을 막는 용도로 적응증이 제한돼 있다. 바꿔 말하면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는 마이크로바이옴이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난치병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고 보고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연구 플랫폼을 마련하고 한국형 표적 치료 후보물질·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257억 원 상당의 복지부 예산을 투입한다.

사진 제공=질병관리청사진 제공=질병관리청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규제완화가 절실하다는 연구자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설우준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출처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표준화해 연구자들이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와 플랫폼, 통합분석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기관에서 수집되는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일관성을 가지려면 표준화된 프로토콜 개발은 물론 품질관리 지침, 교육 훈련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설 교수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약 2600억 원을 투자해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인체의 다양한 부위에서 미생물군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유럽연합(EU)은 데이터 공유와 표준화에 중점을 둔 ‘MetaHIT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장내 미생물군의 유전체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있으며, 유럽 전역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통합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을 설립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와 플랫폼을 구축했고, 중국은 자국민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공개하면서 질병과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데이터베이스의 표준화와 플랫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는 장, 피부, 구강 호흡기, 비뇨생식 분야에서 4개 연구팀이 선정됐다. 설 교수는 마크로젠(038290), 디엔에이링크(127120), 랩지노믹스(084650)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해 염기서열분석(시퀀싱)과 컨소시움 관리를 맡고 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영국 UK바이오뱅크 등 해외 다른 나라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하는 등 국제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표준화된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산업계와 국내 연구진이 활용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