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단독]'10·26 사태' 때도 관보 게재…"尹 계엄 후 절차에 심각한 하자"

[계엄령 공고 게재 누락]

계엄 이유·종류 등 공고 법에 규정

대통령 유고 급박 상황서도 실어

尹정부는 발동·해제 3일째 안 알려

민주당, 복지위서 본지 보도 질의

참석한 국무위원 명단 공개도 필요

1979년 10월 27일 비상계엄을 알리는 관보.1979년 10월 27일 비상계엄을 알리는 관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태’에 따른 전국 비상계엄 당시 정부가 관련 내용을 관보에 게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유고라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계엄 선포 시 이유와 종류, 시행 지역 등을 공고해야 한다는 법 조항을 따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비상계엄 발동과 해제 둘 다 관보에 싣지 않고 국회에 통고도 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1979년 10월 27일 자 관보를 보면 최규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공고에는 박 전 대통령의 유고를 이유로 27일 오전 4시부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돼 있다.

계엄사령관으로는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던 정승화 육군 대장이 명시돼 있다. 국무회의 심의와 관련해서는 신현확 경제기획원 장관과 박동진 외무부 장관을 포함해 국무위원 19명의 이름이 올라 있고 명단 위에는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쓰여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0년 5월 17일 계엄 전국 확대 당시 신군부는 비상계엄 선포를 관보에 실었다. 이때도 최 대통령과 신현확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한빈 경제기획원 장관과 김종환 내무부 장관, 주영복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심의에 참여한 국무위원들의 이름이 첨부됐다. 특히 전두환 신군부는 1981년 계엄 해제와 관련한 내용도 관보에 공고해 국민들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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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부 시기에도 계엄령은 관보를 통해 공포됐다. 실제로 1964년 6·3 항쟁 당시와 1972년 10월 유신 때도 정부는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관보에 공고했다.

이 같은 공고는 계엄법에 따른 것이다. 1949년 시행된 당시 계엄법 1조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를 한 때에는 그 선포의 이유, 종류, 시행 지역 또는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행 계엄법 제3조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는 그 이유와 종류, 시행 일시, 시행 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세한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이전과 같다.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 역시 계엄 선포를 관보에 공고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달 3일과 이것이 공식 해제된 4일 그리고 5일에도 비상계엄 시행과 해제를 관보에 올리지 않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포고령은 관보나 일간지 등을 통해 공고돼야 효력이 있다”며 “이번에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사실을 관보에 게재조차 안 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문제점에 대한 본지의 지적은 국회에서도 회자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10·26 때, 그때도 비상계엄이 선포됐었는데 관보에 게재했다. 이번에는 그런 게 있었느냐, 없었느냐. (이번에는) 없었다”고 본지 보도를 간접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계엄이 선포 6시간 만에 종료돼 관보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추정을 내놓는다. 하지만 국회의 신속한 의결이 없었으면 더 오래 지속됐을 수도 있는 만큼 이것이 공고 누락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전직 정부 관계자는 “미디어가 발달해 관보의 의미가 퇴색할 수는 있어도 관보를 운영하고 게재하는 이유가 명확히 있다”며 “군사정부 시절에서도 지킨 절차적 정당성을 이번에는 못 지켰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과거의 사례를 고려하면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명단도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 정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별로 참석 여부를 공개한 장관들도 있지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참석 여부를 언론에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무위원 참석 여부와 인원은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따져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대목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계엄 과정의 위헌·위법 가능성이 큰 상황이고 과거에 국무위원 명단을 공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직 장관들 중에 누가 이번 회의에 참석했는지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심우일 기자·세종=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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